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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박재현 대표 '직위 강등'은 적법성 논란

Numbers 2024. 8. 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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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박재현 대표 '직위 강등'은 적법성 논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직위를 강등한 조치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법조계는 내부 규정에 따른 직위 강등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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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직위를 강등한 조치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법조계는 내부 규정에 따른 직위 강등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제약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임 대표는 박 대표의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했다. 박 대표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한미약품에 별도 인사팀과 법무팀을 설립하고, 자문사 'L사'에서 추천한 인물들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표의 직위 강등에 대해 한미약품은 자료를 내고 "지주사의 월권 또는 위법적인 조치"라며 "엄연한 별개 주식회사인 한미약품의 이익과 거버넌스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대표는 "한미약품의 모든 그룹사의 인사발령은 인사팀을 경유하고 지주사 대표이사와 협의한 뒤 진행돼왔다"며 "이를 부정할 경우 지주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인사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중대사항을 지주사의 동의는 물론 이사회도 논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단행한 것은 중대한 절차상 흠결"이라고 강조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계열사 한미약품의 갈등으로 번진 모양새지만 결국 박 대표의 직위 강등이 정당하냐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를 두고 법조계는 "법적 문제로 볼 사안은 아직 아니다"라며 "내부 인사 규정에 명시돼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권 분쟁 전문 변호사는 "대표이사는 법상 이사회 의결로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사항이라 대표이사 해임을 독단적으로 했다면 당연히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박 대표는 경영자이면서 근로자다. 근로자에 대한 인사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박 대표의 직위 강등을 현 시점에서 위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관련 내부 규정이 마련돼 있다면 충분히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외부세력이 한미약품그룹 고유의 문화와 DNA를 갉아먹는 사람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이들을 통해 회사를 쥐고 흔들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외부세력은 자문사 L사로 추정된다. 박 대표가 이번 인사에서 임원으로 임명한 권순기 전무는 지난해까지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에 있었던 인물이다. 이곳은 L사가 모녀(송영숙·임주현)의 자문을 맡기 시작했던 2022년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형제(임종윤·임종훈)가 3월 주총에서 승리한 후 사라졌지만 이번 인사로 또다시 L사 측 인물이 한미약품그룹에 들어온 셈이다.

한미약품은 전날 독자경영을 선포하면서 직접적으로 3자연합을 언급했다. 인사 부문 업무를 독립시키는 것이 3자연합이 주장해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미사이언스 특정 주주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박 대표가 선봉에 서는 모양새다.

한미약품 윤리규범에 따르면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법령이나 규정을 위반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 이번 박 대표의 인사발령이 3자연합에 이득인지, 제3자인 L사에 이득인지는 살펴봐야 한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조치에 앞서 박 대표의 정황을 조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표가 북경한미 대표에 자신을 스스로 임명한 점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자진 철회했지만, 이사회 보고 없이 '셀프 임명'한 것이 서류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