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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이 올해 상반기까지 수주한 선박·해양플랜트는 65억9700만 달러(8조8340억원) 규모다. 당초 연간 95억 달러(12조7214억원) 수준의 일감 확보를 예상했으며 상반기까지 목표의 약 70%를 달성했다. 지난 2년간 수주 낭보로 올해는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빠르게 일감을 확보했다.
고선가 행진에 협상력도 올라가면서 대금 회수도 순조롭다. 작년까지 LNG 운반선이 실적을 주도했다면 올해는 또 다른 친환경 대체 연료 선박인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가 효자로 자리잡았다. 올해 선수금 규모가 증가한 것도 VLAC 영향이 컸다.
꺾이지 않은 슈퍼 사이클
상반기 HD현대중공업의 계약부채 잔액은 6조6699억원으로 전년 말 5조8216억원 대비 약 8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신규 수주에 따라 늘어난 것이다.
계약상 발생한 부채를 뜻하는 계약부채는 고객에게 재화나 용역을 이전하기 전에 미리 받은 대가로 선수금에 해당한다.
보통 선주는 선수금 명목으로 일부를 먼저 건네고 '착공→탑재→진수→인도' 진행 과정에 따라 계약금을 나눠서 지급한다. 이런 결제 방식을 헤비 테일이라고 부른다.
계약금의 10~20% 정도를 선수금으로 받으면 이는 계약부채 계정에 쌓고 반대로 아직 받지 못한 돈인 미청구공사는 계약자산으로 분류한다.
협상력 측면에서 조선사가 불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는 계약부채 보다 계약자산 규모가 더 컸다. 2021년 조선업 슈퍼 사이클로 선박 가격이 치솟은 이후에는 조선사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여전히 헤비테일 방식이 주를 이루지만 이전처럼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선주들은 없다는 후문이다. 협상력을 갖춰가는 동시에 모든 도크가 꽉 찰 정도로 일감이 늘어나 선수금이 크게 늘었다.
선수금은 배를 선주에게 인도한 뒤에 매출로 인정된다. 예정대로 2~3년 뒤에 선주에게 배를 넘길 수 있다면 선수금이 늘어나는 것은 외형 확대에 좋은 신호다.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선수금 가운데 1조2532억원을 수익으로 인식했으며 이듬해 1조3119억원, 작년 2조5362억원, 올해 상반기 2조162억원으로 선수금이 빠르게 매출로 전환되고 있다.
가스선 발주 지속…새 먹거리 VLAC
계약부채가 늘고 계약자산이 줄면 영업활동현금흐름에 '플러스'가 된다. 올해 상반기 HD현대중공업은 계약부채가 8263억원 늘고 계약자산은 1836억원 감소했다. 수주에 따라 총 1조원의 현금이 유입됐으며 같은 기간 1조5824억원의 장·단기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쓰였다. 선수금 유입으로 재무구조도 개선된 것이다.
유례없는 조선업 부활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환경이 개선된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수소, 암모니아 등이 대체 연료로 부상하면서 VLAC 발주가 늘고 있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보다 1.7배 이상 저장효율이 좋고 상온 액체상태에서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청정 암모니아 수출 규모는 2030년 3000만톤에서 2050년 3억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운반하는 VLAC 수요도 연평균 150척 이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HD현대 관계자는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탱커 4, LNG 3, LPG 5, VLAC 12척을 수주했으며 가스선 수주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선주들이 발주한 총 21척의 VLAC 가운데 15척을 국내 조선사가 건조를 맡았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4척 씩 주문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HD현대중공업은 12척의 추가 계약을 따냈다.
VLAC 가격은 LNG선 보다 낮지만 고부가 가치 선박 중 하나로 꼽힌다. LNG 운반선이 척당 2억6400만 달러(3541억원)라면 초대형 LPG선은 1억2000만 달러 선(1609억원)이다. VLAC 선가는 초대형 LPG선 보다 소폭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오세아니아 선사가 주문한 VLAC는 척당 1632억원이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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