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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SK이노 ‘불가피한 합병’ 시너지·경쟁력 확보 과제

Numbers_ 2024. 9. 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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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SK이노 ‘불가피한 합병’ 시너지·경쟁력 확보 과제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CEO) 사장은 SK그룹에서 확고한 신뢰를 받고 있다. 그간 지주사 SK㈜와 SK네트웍스 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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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CEO)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CEO) 사장은 SK그룹에서 확고한 신뢰를 받고 있다. 그간 지주사 SK㈜와 SK네트웍스 등에서 경험을 토대로 SK그룹의 에너지 부문 중간지주사 수장을 맡았다. 탄탄한 입지를 다지며 핵심 인사로 떠올랐지만 당장 주어진 과제가 만만치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 E&S와 합병을 추진하며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면에는 부진한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재무구조 강화 목적을 엿볼 수 있다. 향후 주주매수청구권 행사와 SK온의 회복과 기업공개(IPO), 합병 후 시너지 확보 등 난관이 남은 가운데 ‘체질개선 전문가’ 박 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캐즘’ 부담 확산…생존전략 ’대형화’ 방점


박 사장이 SK이노베이션에 막 취임한 올해 초로 시간을 돌려보면 당시 불확실성 확대로 위기감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기대가 높았던 배터리 사업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순차적으로 집행할 설비투자(CAPEX)를 17조원이나 남겨둔 상태다. 이에 따른 부담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 고스란히 넘겨졌다.

실제로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박 사장 취임 직후인 올 3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S&P글로벌은 “SK이노베이션의 차입 부담이 예상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무 위험 수준에 우려를 표했다. 연결기준 부채총계를 살펴보면 2020년 말 23조원에서 2021년 말 30조원, 2022년 말 44조원, 2023년 말에는 51조원으로 매년 증가 양상을 보였다.

박 사장은 그간 사업 개편을 주도했던 경험을 토대로 체질개선과 포트폴리오 재편, 기업문화 재점검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생존이 위협받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며 “인풋 대비 아웃풋이라는 효율성 관점에서 전체적인 전략 방향을 점검하고 경쟁력 강화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법 마련은 SK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리밸런싱(사업재편)과 맞물려 진행했다. 이와 관련, 풍부한 현금 자산을 보유한 SK E&S와 합병을 추진해 화석연료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아우르는 대형 에너지 전문기업 출범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자산 규모만 100조원을 넘기는 만큼 SK온 지원 등을 비롯한 각종 투자 구상에도 여력을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다. 연결기준 현금자산이 2조원을 넘기며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 박 사장은 7월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소재, 배터리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현재 캐즘에 빠진 상황”이라며 “SK E&S가 가진 전기 관련 역량과 SK이노베이션이 가진 연구개발(R&D) 역량을 합하면 글로벌 마켓에서 큰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합병 안건 주총 통과했지만…난관 여전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E&S와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시 2대주주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SK㈜를 비롯한 주요 주주가 찬성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로 정해졌다.

박 사장은 주총을 무사히 넘겼지만 여전히 각종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변수로 남았다. 특히 합병에 반대한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지분 6.28%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행사 여부와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전량을 행사하면 6817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주식매수청구 한도를 8000억원으로 정했다. 만약 행사 규모가 이를 넘길 경우에는 계약 해지 또는 조건 변경 등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한 우려를 놓고 “이사회와 협의해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현금은 약 1조4000억 원 이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합병 이후 밸류업을 추진해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실망감을 달래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앞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가치를 기준시가로 책정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됐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과 함께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도 중장기 주주가치 훼손에 우려를 보였다.

이번 합병의 배경인 자회사 SK온 살리기도 현재진행형이다. SK온은 원활한 영업현금창출을 위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과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재무적투자자(FI) 동의를 받아내기 위한 조건으로 2026년말까지 IPO 시한을 못박았다. SK그룹은 이차전지 사업을 위해 SK온을 중심으로 20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대규모 CAPEX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SK E&S가 KKR에 발행한 3조135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이슈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부수익률(IRR)을 상향 조정하는 계약 변경을 통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동의를 이끌어 냈지만 인수금융으로 참여한 대주단의 동의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의 시너지 강화도 중장기 숙제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통합 시너지 추진단’을 설립했고 초대 단장으로 추형욱 SK E&S 대표를 선임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