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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두산그룹은 컨설턴트 출신을 선호하기로 유명하다. 1996년 구조조정 당시 맥킨지로부터 경영 진단을 받은 영향인지 컨설턴트 출신에 대한 신뢰가 상당했다. 과거 오비맥주 매각을 주도한 제임스 비모스키 전 부회장을 비롯한 김용성 전 두산인프라코어 대표, 이상훈 전 사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이들을 잇는 차세대 경영인으로 꼽힌다. 외국계 경영컨설팅펌 AT커니를 거친 전략가로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적이 있다.
차세대 전략통…신사업 무게 짊어져
류 대표는 서강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그가 두산에 합류한 2007년은 밥캣 인수로 그룹이 한창 글로벌 확장을 모색할 때다. 두산그룹은 유통·식음료 사업에서 중공업 등 전통 제조업으로 사업 전환한 직후 2000년대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형 제조 기업으로 발돋움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차세대 신사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자 류 대표가 적임자로 꼽혔다. 그는 두산 합류 전 SK E&S 재무팀에 5년간 재직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AT커니, 다우 케미칼, MTN 캐피탈 파트너스 등에서 컨설턴트와 프라이빗 에쿼티(PE) 업무 등을 경험했다.
두산으로 둥지를 옮긴 뒤 첫 발령지는 지주회사 내 트라이 씨(Tri-C) 팀이었다. Tri-C는 회장 직속의 컨설팅 조직으로 '회장 친위부대'로 불렸으며 창단 초기 맥킨지 출신들로 꾸려져 이목을 끌었다. 과거 오비맥주, 네슬레 등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이끄는 한편, 중공업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기틀을 잡았다.
류 대표는 Tri-C 매니저로 4년 재직하며 M&A , PMI 등에 관여했으며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의 세일즈&마케팅 총괄로 발령을 받았다.
2019년 상무로 승진해 지주사 Tri-C로 복귀해 그룹의 신사업을 챙겼다. 당시 협동로봇 사업 역시 두산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류 대표의 스터디 대상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류 대표는 지주사 복귀 2년 만인 2021년 두산로보틱스 대표로 낙점됐다.
두산로보틱스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혔지만 협동 로봇 상업 생산 3차의 신생 회사였다. 그룹은 두산로보틱스를 이끌 적임자를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인사를 단행했다.
2015년 두산로보틱스 초대 대표는 이병서 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전무로 당시 이 전 전무는 47세였다. 이후 곽상철 전 두산 사장, 최동휘 전 두산로보틱스 부사장 등 경험이 많은 무게감 있는 인물들로 교체했다. 그러다 74년생 류 대표가 후임자로 발탁돼 다시 한번 젊은 경영진이 시험대에 올랐다.
회사 잠재력 'IPO' 통해 입증
이 전 전무는 정통 두산맨이었으며 곽 전 사장은 건설기계 쪽에서 전문가로 통했다. 최 전 부사장은 두산로보틱스 영업본부장 출신이다. 반면 류 대표는 마케팅·전략 분야 전문가다. 기존에는 안정적인 연착륙을 주문했다면 류 대표는 기업 가치 제고 등 새로운 역량에 대한 기대감이 깔린 인사였다.
실제 류 대표가 취임한 이듬해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4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외부 투자 유치 전에는 최대주주인 두산이 매년 수백억씩 실탄을 쏴주며 회사 운영을 도왔다.
FI 유치는 두산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IPO를 위한 첫 관문이었다. FI로 참여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두산로보틱스의 가치를 4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당시 두산로보틱스의 연매출은 450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회사 잠재력에 후한 점수를 준 셈이다. 이는 훗날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할 때 동력이 됐다.
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류 대표는 '국내 시장 1위', '글로벌 시장 침투 기회' 등 사업의 성장성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이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협동 로봇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등 운도 따라줬다.
공모가는 희망 가격 상단인 주당 2만6000원으로 정해 시가총액은 1조68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적자 회사가 받아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가치로 회자됐다.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보다 크게 뛰면서 FI도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두산 관계자는 "신생 회사인 로보틱스가 잘 자리잡는데 기여한 공이 컸다"며 "무엇보다 IPO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단 점에서 신임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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