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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행동파 승부사'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중동신화 재현할까

Numbers_ 2024. 9. 1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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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행동파 승부사'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중동신화 재현할까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사장)가 올해 초 연임이 결정되면서 두번째 사장 임기를 시작했다. 첫 3년간 주력인 주택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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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사진=현대건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사장)가 올해 초 연임이 결정되면서 두번째 사장 임기를 시작했다. 첫 3년간 주력인 주택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이 결정됐다.

현대건설을 거쳐간 최고경영자(CEO)들은 창업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이룩한 '중동신화' 재현을 항상 과제로 안고 있다. 윤 대표 역시 해외 수주 잔고 증가 부담을 피하긴 어렵다.

최근 현대건설은 압도적인 주택 수주로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원가율 상승으로 인해 마진은 점차 감소하는 상황이다. 주택사업을 보완하기 위한 돌파구로 해외 확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도시정비사업 강자 등극, 최초 수주액 5조 돌파 


윤 대표는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 품에 안긴 뒤 네 번째로 조직을 이끌게 된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1957년생으로 청주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입사 후 관리본부와 재경본부 등 회사의 경영 환경을 장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두루 거쳤다. 2018년 주택사업본부장으로 발탁돼 한남3구역 수주와 고급 주택 브랜드 디에이치(THE H)의 성공적인 안착 등의 성과 냈다.

그는 주택사업본부에서 낸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윤 대표는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 초 연임이 결정됐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한 뒤 조직을 이끈 김중겸, 정수현, 박동욱 등 전임 대표들 가운데 3년 이상 임기를 수행했던 인물은 정수현 전 대표 뿐이다. 연임이 결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 성과가 만족스럽다는 뜻으로 읽힌다.

2021년 윤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뒤로 현대건설의 매출액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건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지만 압도적인 전반적으로 건설 시장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윤 사장을 연임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윤영준 대표 취임 이후 3년간 현대건설 실적

 

윤 대표는 주택본부장 시절 직접 한남3구역 주택을 매입해 조합원이 되면서 수주를 따내는 면모를 보였다. 그의 승부사 기질은 올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발휘됐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 그가 수주 현장을 찾은 건 처음이었다. 그는 시공사 선정 전 재건축 사업장에 방문해 '여의도 랜드마크'를 내세워 기선제압에 나섰다. 결국 포스코이앤씨를 꺾고 수주전에서 승리했다.

윤 대표 체제에서 현대건설은 2022년 창사 이래 최초로 도시정비 사업 수주잔고 5조원을 넘기는 등  주택사업 강자로 군림했다. 현대건설은 2023년에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4조6000억원으로 5년 연속 국내 시공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ㆍ원자력' 해외 실적 개선 핵심


그의 승부사 기질이 해외 시장 공략에서도 통할 지가 주목된다. 현대건설은 불굴의 도전정신을 앞세워 해외 불모지에서 다양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설립 이후 880여건이 넘는 해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윤 대표가 회사를 이끈 3년 동안 해외 수주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부진한 성과가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2021년 해외에서 8조5214억원의 공사를 신규 따냈는데 이는 직전해 신규 수주액 10조4904억원보다도 적은 수치다. 2022년에도 7조1382억원 규모의 해외 공사를 수주하면서 전년 대비 부진한 성과를 냈다.

그나마 2023년 들어서 12조8680억원 규모의 해외 공사를 신규 수주해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 잔고 반등을 이끈 국가는 과거 중동신화의 터전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였다.

현대건설은 2023년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인 아미랄 공사를 수주했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6조5000억원 규모의 공사로 에틸렌 생산시설, 유틸리티 기반시설 공사에 참여한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하며 네옴시티 등 대규모 인프라,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제2의 중동붐 수혜를 입기 위해 발빠르게 해외 수주 조직도 정비에 나섰다.

윤 대표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법인(JV) 'HRCC(Hyundai Al-Rashid Construction)'을 설립했다.  법인 지분은 현대건설이 60%, 나머지 40%를 현지 업체 RTCC가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자국내에 지역본부를 두지 않은 업체는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자 법인 설립에 나선 것이다.

현대건설은 향후 윤 대표의 지휘 아래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해외 수주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원자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분야에서도 신규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6월 불가리아 원자력 발전소 공사를 수주해 15년만에 해외 진출을 재개했다.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원전 발전공사에 진출해 고리1호기 발전소 건설을 완료했고 이후 자체 기술로 한빛 3·4호기를 시공하는 등 원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기술 역량은 국내 최초의 원전 수출로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2009년 한전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바카라 원전 공사를 수주하며 신시장을 개척했다. 

윤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 사업으로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원전이나 소형모듈원전(SMR) 등 우리의 핵심사업에서 차별적인 기술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한층 더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