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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두산로보틱스가 협동 로봇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4명의 최고경영자(CEO)가 거쳐갔다. 짧은 역사를 지녔는데도 잦은 수장가 있었다. 이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CEO는 초대 경영자인 이병서 전 이병서 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전무가 유일했다. 그 다음으로 류정훈 대표가 2021년 7월부터 두산로보틱스를 3년 넘게 이끌고 있다. 안으로는 직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소탈한 CEO로 평가받는 한편 밖으로는 발로 뛰는 CEO로 인정받고 있는 후문이다.
류 대표가 확실히 입지를 굳힌 계기는 2023년 단행한 기업공개(IPO)다. 현재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약 4조원으로 공모가 기준(1조6853억원) 대비 4배 뛰었다. 그러나 몸값을 따라오지 못하는 빈약한 기초 체력 때문에 고평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산로보틱스가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서면서 왕관의 무게를 짊어지게 됐다.
로봇 팔 해외 판매 일등공신
류 대표는 지난해 말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IPO 이후 어떻게 지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거의 해외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을 열심히 다녔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가 해외에 체류한 것은 잠재 인수합병(M&A) 매물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현재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팔(Arm)과 가장 밀접한 분야로 AMR(자율주행로봇)을 주목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로봇 팔은 한 곳에 고정 돼 있는 협동 로봇이다. 여기에 AMR, 비전 AI 등의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면 이동이 가능해 스마트 팩토리 등에서 이전 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로봇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다.
M&A 격전지는 단연 해외다. 두산그룹에 합류하기 전 외국계 기업에 근무한 류 대표는 글로벌 시장이 친숙한 인물이다. 그가 두산로보틱스를 이끌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글로벌 확장이다. 현재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 매출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60여개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판매를 늘렸다.
특히 류 대표가 취임한 해 출시한 H시리즈는 북미와 유럽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제품이다.
H시리즈는 가`반하중 25kg으로 전세계에 협동 로봇 중 가장 무거운 중량을 운반할 수 있어 물류 등 중량물작업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류 대표는 협동 로봇을 잘 팔려면 인건비 절감이 절실한 곳을 파악해야 한다고 판단해 H시리즈를 북미, 유럽 전략 제품으로 내세웠다. 이는 정확히 적중했다. 두산로보틱스는 H시리즈에 물건을 적재하는 팔레타이징 솔루션을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2026년에는 전체 로봇 팔 매출의 약 30%는 H시리즈에서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형 확대·수익성 제고 딜레마
류 대표 취임 후 제품 라인업 확장과 신규 솔루션 출시로 두산로보틱스의 외형은 커졌다. 2021년 연 매출 370억원에서 작년 530억원으로 4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53억원으로 올해 연간 기준 매출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기존에는 매출에서 아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면 올 상반기 매출의 40%가 북미에서 발생해 선진 시장 침투율이 높아진 점이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반면 수익성은 외형 확대에 반비례했다. 영업손실액은 류 대표 취임 첫 해인 2021년 71억원에 그쳤으나 작년 192억원으로 폭이 커졌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적자는 148억원에 달해 연내 흑자 전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판매관리비 증가를 억제하지 못한 게 적자로 이어졌다. 복리후생비, 용역비,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등 영업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지출이 늘어다는 점에서 외형 확대와 수익성 제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경영 효율화를 위해 내실화에 나서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글로벌 저변 확대 등 투자 확대로 외형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IPO 당시 수익 구조가 탄탄하지 않은데도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를 택한 것도 '성장 잠재력'에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유니콘 두산로보, 더 크려면 밥캣 필요
류 대표는 유니콘기업 특례 상장 제도 루트를 타고 코스피 행을 강행했다. 유니콘 특례는 적자라도 기업가치가 높은 기술 성장 기업에게 상장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다.
코스피를 선택한 두산로보틱스는 협동 로봇 시장 훈풍 기대를 타고 시가총액이 지속적으로 뛰었다. 두산로보틱스의 주당 순자산가치(PBR)는 9.59배다. 반면 체급이 훨씬 큰 두산밥캣은 PBR이 0.63배다. 실적과 주가의 불일치로 인해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직후 내내 고평가 논란을 겪고 있다.
두산밥캣과 합병은 비용 절감하지 않고 손쉽게 외형과 수익성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었다. 영업이익 조단위인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품으로 들어온다면 류 대표도 고평가 해소에 대한 현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제재와 주주의 반발로 무산됐다.
만약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된다면 두산로보틱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두산밥캣 지분 46.06% 취득에 따른 효익 뿐이다. 계획이 수정되면서 시너지 효과도 반감됐다. 이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 효과를 재차 설명해야 하는데 주주 설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배 아래에 있는 두산밥캣을 넘겨받기 위한 안건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는다 해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방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편 통합이 무산돼도 두산밥캣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을 통한 협동 로봇 영업망 강화는 유효하다. 두산밥캣의 북미·유럽 네트워크는 1500개로 두산로보틱스 보다 훨씬 많다. 두산밥캣의 캡티브 매출을 확보하는 한편 생산 시설을 협동 로봇 기반 자동화 솔루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북미 판매 채널이 강점인데 분할로 이를 공유할 수 있는 무형의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밥캣의 현금흐름을 활용한 M&A 가능성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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