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티켓 값은 올랐는데 주가는 왜 이렇죠?"
CJ CGV 주주들 사이에서 도는 우스갯소리다. CGV의 티켓 값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40%가량 오른 반면 한때 2만~3만원대를 그리던 주가는 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CJ CGV의 주가 폭락은 올해 들어 유난히 두드러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극장산업 활성화 기대가 커지며 주가에도 온기가 찾아오는 듯했다. 그러나 OTT로 눈을 돌린 관객들과 티켓 값 상승 여파로 영화관에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가는 올해 3월 1만3000원 정도에서 그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지난 7월에는 52주 최저가(5952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가 폭락은 역설적이게도 CJ CGV를 되살리겠다는 CJ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CJ CGV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1조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CJ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자금수혈이 아니라 1998년 외환위기 당시 CGV가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견인한 것처럼 다시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공간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한 포석이다. 재도약의 추진력을 얻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담긴 대규모 자금조달인 셈이다.
다만 시장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CJ CGV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700억원, CJ가 홀로 참여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4500억원을 각각 확보하기로 했다. 4500억원을 그룹 자금, 나머지 5700억원을 주주들의 투자금으로 모아보겠다는 것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이달 13일 실권주 청약과 함께 마무리됐는데 주가 하락에 따라 발행가액이 낮아지면서 조달 규모가 4153억원으로 축소됐다.
유상증자 진행 전 기준으로 CJ CGV 지분 48.5%를 보유한 지주사 CJ는 약 2765억원을 출자해야 했다. 4500억원을 더하면 총 7265억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하지만 CJ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600억원만 참여하겠다고 조기에 선을 그었다. CJ가 포기하면서 발생한 실권주인 주인없는 물량은 일반공모로 풀렸다. 대놓고 그룹 자금을 아끼겠다고 공언한 셈인데 주주들 입장에서 달가울리 없다.
CJ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서도 현금(4500억원)이 아닌 비상장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현물출자키로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가치(EV)를 4500억원으로 평가하고 이걸로 대신한다는 의미다. CJ는 CJ CGV에 현금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지배력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꼼수 유상증자'라는 지적을 받게 된 배경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지적을 받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유상증자의 '성격'이다. 실제 자금 사용 목적을 들여다보면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운영자금에 투입되는 실탄이 900억원에 불과하다. 시설자금도 1000억원이다. 남은 2253억원을 빚을 갚는데 쓰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식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악재로 통한다. 다만,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금을 확보하는 증자라면 향후 사업 성과가 나타나면서 주가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채무상환에 사용하기 위한 유상증자는 말 그대로 '빚을 갚기 위한 조달'로 중장기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일부에서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개미에게 빚을 떠넘긴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기업에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스텝업 조항이 걸린 영구채와 각종 회사채 발행 등 그간 악화된 영업적자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바닥을 치고 있는 CJ CGV 입장에서 유상증자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지 모른다. 지난 1년 간 금리 조건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차환 발행 부담도 적지 않다.
CJ도 자회사 현물출자 방식으로 우회해 자체 현금을 아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이 417억원에 불과하다.
안팎의 사정을 생각할 때 그룹 차원에서 최선의 답안지를 내놓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돈을 주주로부터 충당하려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과 주주가 상생하는 자금조달 방식을 찾는 게 분명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키를 쥐고 있는 기업이 유상증자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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