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마중물 '구본무 복심' 위 꽃피운 변혁 I LG전자

Numbers 2023. 9. 22. 09:01
CFO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LG전자는 LG그룹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졌지만 LG전자는 안정적인 재무관리 능력을 토대로 연간 3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오너가의 신임을 받으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오랜 기간 근무한 점도 특징이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10여년간 LG전자를 거친 CFO는 단 2명이다. 이들은 CEO와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회사의 살림을 꾸렸다. <블로터>가 앞서 '한국의 CFO' 시리즈를 통해 조명한 삼성그룹과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CFO들에 비해 LG전자의 CFO는 근속기간이 길고 각자 대표까지 맡는 등 그 위상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G전자의 CFO들은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각자 대표로서 가전 중심에서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로봇·전기차 충전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회사의 혁신을 이끌었다. 보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LG전자는 가전 기업에서 종합 IT(정보기술) 기업으로 거듭났다. 

정도현 희성그룹 부회장·희성전자 대표이사는 2008년부터 11년간 LG전자의 CFO로 오랜 기간 근속했다. 재경부문장을 맡으며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후 각자대표 사장으로 재직하며 LG전자의 굵직한 이슈를 챙겼다. 뒤이어 선임된 배두용 CFO는 2019년 각자대표 부사장으로 선임돼 현재까지 인수합병(M&A) 및 사업 부문 재편을 함께 이끌고 있다.

 

 

‘초장기’ 근속한 정도현, 구본무 회장 보좌

 

 

LG전자의 대표적인 재무통인 정 부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오른팔’로도 꼽힌다. 1983년 LG그룹에 입사한 정통 LG맨인 그는 구 회장이 취임한지 2년 후인 1997년 회장실 재무팀으로 이동했다. 정 부회장이 재무팀에 합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LG전자는 1998년 외환위기로 인해 IMF 사태에 직면했다.

당시 LG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에 양도하고, 일부 자산(부산 주물공장)을 매각, 금형사업부를 분사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벌였다. 이때 구 회장을 측근에서 보필한 정 부회장은 2000년 구조조정본부 사업조정팀장을 맡았다. 그는 정부가 IMF 사태 종료를 공식발표한 2000년 12월 이후에도 본부에서 후속 처리를 맡았고, 2003년에야 ㈜LG로 자리를 옮겼다.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재무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정 부회장은 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됐다. 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CFO 직책을 도입할 정도로 재무관리를 중요시한 인물이다. 정 부회장을 재무 분야에 지속적으로 기용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정 부회장은 2005년 ㈜LG에서 처음으로 재경팀장(CFO)을 맡았고, 2008년 LG전자의 재경부문장(CFO)으로 선임됐다. 이후 LG전자에서 2019년까지 각자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오랜 기간 CFO 역할을 했다. LG전자의 재무를 안정적으로 꾸린 그는 2018년 사상 최대 규모(11억 유로)의 M&A인 오스트리아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 ZKW 인수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정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배경엔 각종 악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따르던 구 회장이 2018년 별세했고 2019년 모바일 사업을 하던 MC사업본부가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정 부회장은 2020년 범LG가인 희성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21년부터는 희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희성전자 대표이사직도 함께 맡아 LG와의 인연을 이어 나가고 있다.

 

세무 관료 출신 배두용…조주완 사장과 투톱체제 

 

 

배두용 부사장(CFO)은 세무 관료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국세청에서 서기관을 지낸 그는 2005년 LG전자에 세무통상팀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정 부회장이 이끄는 CFO 조직에서 자회사 경영관리, 유럽 경영관리를 담당했고 2012년 세무통상팀으로 복귀하며 세무통상과 해외법인관리를 도맡았다.

특히 배 부사장은 LG전자가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합류하기 직전인 2004년 LG전자는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견제를 받았다. 당시 LG전자는 일본 세관으로부터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 대한 통관보류 결정을 받았고 2005년 스웨덴과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에서 세탁기 덤핑소송에 휘말렸다.

배 부사장은 이러한 국제 관세 분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2012년 세무통상팀으로 복귀한 뒤에는 2011년 미국 가전회사인 월풀이 제기한 세탁기 덤핑 판매에 대한 의혹에 대응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토대로 LG전자의 CFO에 오른 그는 든든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대내외 살림을 이끌고 있다. 배 부사장은 대내외 경제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수익성 방어와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2020년 CFO에 선임된 그와 함께 회사를 이끈 인물은 2021년부터 CEO를 맡은 조주완 사장이다. 배 부사장 선임 전후로 코로나19가 확산됐고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 재정 적자 등이 맞물리며 경제 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배 부사장과 조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워룸(War Room)’ 체제를 가동하며 선제적인 수익성 방어 전략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배 부사장과 조 사장의 협업으로 이뤄진 워룸 체제는 LG전자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전자는 올해 1, 2분기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성과를 냈다.

배 부사장 밑에서 경영관리담당을 맡고 있는 박충현 상무도 든든한 뒷배다. 박 상무는 배 부사장이 CFO에 오른 2020년 당시 BS(비즈니스솔루션)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재직하고 있던 인물이다.

LG전자의 BS사업부문은 주로 태양광 모듈, 로봇, 전기차 충전 등 LG전자가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신사업을 담당한다. LG전자에 합류한 뒤 '세무통'으로만 활동한 배 부사장의 경력을 BS사업부문에 몸담은 상무가 뒷받침하는 형국이다. 이를 토대로 배 부사장은 구광모 회장이 관심을 두고 있는 로봇 사업 등의 신사업에 적극적인 투자계획을 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