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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법적 리스크에서 벗어난 21일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기관투자가가 받아냈다. 이날은 사실상 공개매수를 위한 주식 매입 마감날이기도 하다. 이들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응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표 대결에 돌입하면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승자가 정해질 전망이다. 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일가 모두 지분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만큼 지분 7.49%를 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터로 꼽힌다.
법적 리스크 해소날 기관 매수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기관투자가는 2885억원 상당의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달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로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장 활발한 거래량을 보였다. 21일 기관투자가는 1523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단행했다. 개인(-593억원), 외국인(-549억원) 등이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21일 하루 동안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의 창구에서 강한 매수세가 들어왔다.
이날 오전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중지시켜달라는 취지로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대해 기각을 결정했다. 그간 시장에선 법원이 영풍의 손을 들어줄 경우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가 위태로울 것이라고 봤다.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완료할 수 있게 됐다. 법적 리스크 해소로 한시름 놓자 21일 기관의 투심이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1일은 실질적인 공개매수 마감일이었다. 취득 후 2거래일 이후부터 소유권이 생기기 때문에 공개매수 마지막날인 23일 응찰하기 위해선 21일까지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매수 마감일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했다.
21일 주가가 76만1000원~88만9000원 사이에서 움직인 것을 고려할 때 이날 주식을 매입한 기관이 공개매수에 응하면 최대 10만원 이상의 차익 실현이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제시 가격은 주당 89만원이다.
표결땐 국민연금 캐스팅보트
무엇보다 고려아연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3월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49%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주주로는 영풍(25.42%)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다.
현재 MBK파트너스와 영풍 오너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은 총 38.47%이며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 및 우호 지분은 약 33.2%로 추산된다.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최 씨 일가 우호 지분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한자릿 수 지분 격차 싸움이기 때문에 시장은 국민연금의 표심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현재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 회장 측의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임시 주총 이후에도 얼마든지 싸움은 재발할 수 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끝난 직후 양 측은 국민연금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사유를 잘 설명하지 않는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에선 특히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 경영권 분쟁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중요 가치로 내세웠다. 올 초 금호석유화학 주총에서 차파트너스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반대하고 회사 측 추천 이사 선임을 찬성했다.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는 후보를 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이사회 안에 찬성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국민연금의 판단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번 국정감사 때 국민연금 이사장이 '장기적 성장과 수익률 제고 등의 관점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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