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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품사가 배터리 소재사 인수?...'이수페타시스' 커지는 유증 후유증

Numbers_ 2024. 11. 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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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품사가 배터리 소재사 인수?...'이수페타시스' 커지는 유증 후유증

반도체용 초고다층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기업인 이수페타시스가 이달 8일 저녁 발표한 5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유증으로 이수페타시스가 조달하는 자금 중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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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페타시스 사옥 / 사진 제공=이수페타시스


반도체용 초고다층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기업인 이수페타시스가 이달 8일 저녁 발표한 5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유증으로 이수페타시스가 조달하는 자금 중 2578억원은 2차 전지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제조사 제이오 인수에 투입된다. 2차 전지 소재 황화리튬을 개발하는 계열사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있지만 대신 이수페타시스가 인수 주체가 된 것이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아닌 반도체 부품사가 2차 전지 소재 회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들이 나온다.

 

 
11일 코스피시장에서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전일보다 7200원(22.68%)내린 2만4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 가격이 2만7350원으로 정해져 예상된 폭락이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현재 주가 흐름으로는 유증 가격도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수페타시스가 인수 계획을 밝힌 제이오 주가도 2650원(12.86%) 내린 1만 7950원에 마감했다. 인수 소식이 오히려 악재가 되는 모습이다. 이밖에 이수화학(-6.51%), 이수앱지스(-4.91%), 이수스페셜티케미컬(-6.88%) 등과 같은 계열사 주가가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유상증자를 대규모 악재로 해석한 결과다.


증권가 "일반 주주 공감 얻었어야"


이수페타시스 측 관계자는 "CNT 소재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과 직접적 연관이 없고 2차 전지뿐 아니라 반도체 등 적용처 확대가 전망되면서 제이오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와 2차전지 사업을 하는 제이오와의 시너지는 단기 내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최근 2차전지 산업의 불확실성 확대 및 제이오의 특정 2차전지 고객사 의존도가 높은 점도 리스크"라고 꼬집었다.
 

제이오 인수 후 이수그룹 지분 구조도 / 그래픽=정우성 기자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의 주주는 AI 기반 고다층 인쇄회로기판(MLB)의 고성장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자이지 2차 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라며 "이수페타시스는 이번 제이오 경영권 인수의 대외적인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은 이수페타시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5만4000원에서 3만 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양 연구원은 "전기차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는 투자자는 없다. 다만 현재 캐즘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 제이오의 주요 고객사는 이로 인한 영향으로 장기 공급 계약이 취소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제이오 인수 의사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 및 검토 내용, 중장기 제이오의 성장성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액트에서 소액 주주 결집 움직임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제이오의 고객사에 대해 "해당 고객사들은 2025년 전망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기업들"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설명회를 5번 하면서 정작 당사자들인 일반 주주 대상으로는 개최되지 않았다"면서 "시간 외 장 종료 후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8일 오후 4시55분 신규시설 투자에 관련한 공시를 냈다. 대구시와 지난 8월 체결한 투자협약을 확정하는 내용이다. 이어서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오가 최대주주 강득주 대표이사 지분(575만주)을 이수페타시스에 양도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이는 호재로 인식돼 시간외 주가가 소폭 올랐다.

그런데 시간외 매매가 종료된 오후 6시44분부터 49분까지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 등 4건을 공시했다.

유상증자로 이수페타시스가 발행하는 주식 수는 현 발행 주식 총수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이 줄어들게 되며 불확실한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떠안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액 주주 플랫폼 '액트'에서는 이수페타시스 주주들 675명이 보유한 0.35% 지분이 모인 상태다. 이수페타시스 주주들이 모인 종목 토론 게시판 등에는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정우성 기자 wsj@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