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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성장에도 투자시장 호응 낮아
주택담보대출 편중 수익구조 개선해야
지방은행 협업 플랫폼사업 확대 긍정적
국내 인터넷은행 3사의 올해 자산 성장과 이익 증가가 경이적이다. 올 3분기 말 카카오뱅크의 대출자산은 44조538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조8896억원(15.2%) 늘었다. 증가한 대출의 80.7%가 모기지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대환대출 금리비교 플랫폼의 혜택을 톡톡히 본 것 같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21% 늘어난 이자수입이 총영업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5% 수준이다. 이자수입이 증가하며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91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1% 불어났다.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3556억원으로 이미 전년도 연간 수준을 넘어섰다. 카뱅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케이뱅크 역시 3분기말 대출잔액이 16조1912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7.0% 늘었다. 가계일반대출은 6.2% 감소했지만 대환대출 금리비교 플랫폼의 영향으로 주택 관련 대출이 59.1% 증가했다. 케뱅은 가계대출 증가분의 70%가 타은행 대환대출 유입이라고 밝혔다. 3분기 누적 순이자이익이 371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3% 증가해 당기순이익 1224억원 달성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순수수료 손익이 적자로 전환된 점은 아쉽다. 2024년 3분기 토스뱅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343억원으로 2023년 3분기 흑자전환 이후 5분기 연속으로 흑자폭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토스뱅크 역시 수수료수익이 여전히 적자를 탈피지 못하고 있다. 특히 3분기 연결 순이익이 39억원으로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비바리퍼브리카(토스)의 기업공개를 성공시키려면 토스뱅크의 경영실적 기여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이적인 성장세와 달리 지방은행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말 광주은행의 대출자산은 23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2%, 전북은행은 17조6000억원으로 2.4%의 저조한 성장에 그쳤다. 경남은행의 대출자산은 41조6496억원으로 2.8%, 부산은행은 62조292억원으로 1.3% 각각 증가해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시중은행 전환을 계기로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린 iM뱅크는 56조9019억원으로 6.1% 늘었지만 두 자릿수로 성장한 인터넷은행이나 5~7% 이상 증가한 시중은행에 비하면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니다.
인터넷은행의 역대급 경영실적 호조에도 시장은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는다. 올해 밸류업 열풍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은행 업종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11월 현재 카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7배 수준으로 올해 초의 2.34배를 하회한다. 대주주 사법 리스크의 영향 등을 감안해도 IPO 직후 10배를 넘나들며 시장의 환호를 받았던 상황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또 케뱅은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기업가치를 제시해 수요예측 실패로 두 번째 IPO 도전을 미루기도 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냉담한 국내 증시보다 유동성이 넘치는 미국 시장으로 IPO 장소를 변경해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카뱅의 IPO 이후 국내 인터넷은행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시장의 기업가치 평가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다. 은행이라는 규제의 틀에 갇힌 인터넷은행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업 제약과 자본 규제는 인터넷은행이 디지털 플랫폼의 이점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인터넷은행의 한계 극복과 지방은행의 저성장 국면 탈피를 모색하는 전략적 이해를 반영해 양측은 ‘상생협업 모델’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친화적인 상품과 서비스 공급 확대로 시장경쟁을 촉진해 대형 시중은행이 주도하는 과점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좋은 전략으로 기대된다. 성장과 수익기반 강화를 위한 돌파구가 절실한 DGB금융과 BNK금융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영실적이 나은 JB금융도 인터넷은행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토뱅과 광주은행은 업무협약을 맺어 공동 대출상품인 ‘함께 대출’을 출시했다. 토스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양사가 동시에 심사해 대출한도와 금리를 공동 결정하고 대출재원은 두 은행이 동일하게 분담하는 방식이다. 원리금 수납 등 대출 사후관리 서비스는 토뱅에서 담당한다. 금융당국은 시장경쟁을 촉진해 금융혁신과 소비자 편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바 있다. 11월에는 경남은행이 비바리퍼블리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토뱅의 대안신용평가 모델(토스스코어)을 활용해 토스 플랫폼을 위한 전용 대출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달 카뱅 역시 iM뱅크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카뱅의 대출비교 서비스 채널에서 iM뱅크의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등 상품과 서비스의 포괄적 업무협약이다.
성장이 정체된 지방은행과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가 절실한 인터넷은행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경쟁력 있는 기술과 서비스 인프라를 가진 다른 업체와 제휴해 다양한 상품과 혜택을 제공하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지방은행은 고객과의 접점 확대가 절실하고 인터넷은행은 플랫폼의 영향력 강화와 수수료수입 확대가 필요하다. 토스뱅크는 1910만명에 달하는 비바리퍼브리카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바탕으로 업무제휴 확대를 통해 비이자수익 확대가 기대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24년 3분기 금융업 누적 수수료수익이 157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8% 증가했다. 카뱅도 3분기 누적 플랫폼 수입이 64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4% 늘어 전체 수수료수입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터넷은행이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플랫폼 비즈니스를 더욱 활성화해 아파트담보대출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케뱅과 비바리퍼블리카는 IPO를 앞두고 있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 인터넷은행이 디지털 플랫폼의 지배력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기존 전통은행보다 월등히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기 어렵다.
올 10월 케뱅이 두 번째로 도전한 IPO를 연기한 것도 회사가 제시한 기업가치 수준이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한 투자자의 기대치와 큰 차이를 보여 수요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존 시중은행의 주력 시장인 아파트담보대출 중심의 성장전략을 높은 가치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뱅의 PBR는 1.6배 수준으로 KB금융의 0.6배보다 훨씬 높다. 이미 시장은 카뱅의 상대적 비용효율성과 가파른 주택담보대출 성장세를 반영하고 있다. 기존 전통은행과 가치평가 격차를 더 벌리려면 플랫폼 비즈니스 등 차별적인 가치창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디지털 고객 확보 역량과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나름 구축하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대출 등 규제와 자본력의 제약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물리적인 영업지역 제한과 고객 확보가 절실한 지방은행은 새로운 디지털 판매채널 확보가 절실하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직면한 한계를 극복하고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협업 모델 구축에 성공하기 바란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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