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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이마트 정용진의 험난한 귀환길

Numbers 2024. 11. 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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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이마트 정용진의 험난한 귀환길

창사이래 첫 적자 후 3분기 누적 흑자전환이마트 정체성 회복이 경쟁력 강화 지름길계열분리 정용진 독자경영 능력 입증해야이마트가 돌아왔다. 작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결 순이익이 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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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이래 첫 적자 후 3분기 누적 흑자전환
이마트 정체성 회복이 경쟁력 강화 지름길
계열분리 정용진 독자경영 능력 입증해야


이마트가 돌아왔다. 작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결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던 이마트가 올해 3분기(누적) 229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마트가 정상을 이탈한 원인은 무엇보다 본업의 주력인 오프라인 할인점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큰 돈을 투자해 인수한 이커머스의 고전과 계열 건설사의 부진은 이마트그룹의 경영악화를 가속시키는 부가적 요인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정체성을 놓치면 생명력을 잃게 된다. 이마트의 존재이유는 대중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가장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지속한 본업 경쟁력 강화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최저가 공급을 위해 상품구매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제조공급업체와 협업을 강화해 이마트가 가격경쟁력과 시장주도권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단순한 생필품 장보기를 넘어 외식 레저 문화활동을 포괄하는 복합 생활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전략도 정체성을 잃지 않을 때 지속 가능하다.

지난 14일 발표된 3분기 이마트의 경영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매출은 아쉽지만 수익성 호전으로 향후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장기간의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면서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의 실적을 뜯어보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마트의 3분기 연결 총매출은 7조508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 감소해 여전히 성장은 부진하다. 다만 물류비용 효율화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1117억원으로 같은 기간 43.4% 증가한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 3년동안 보여준 분기 영업이익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이마트 본업의 주력인 할인점은 매출과 이익이 모두 부진했지만 트레이더스와 연결 자회사의 수익이 개선된 결과다. 하지만 이마트의 별도 영업이익이 1228억원으로 연결 실적보다 많은 것으로 미뤄보아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여전함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2019년 이후 이커머스 신규투자 확대로 5조6000억원 이상 순증한 차입금은 영업이익 증가가 순이익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재무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이마트의 3분기(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은 229억원으로 적자를 겨우 모면한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흑자 전환에 큰 의미를 두며 회사는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회복과 수익강화 노력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과 수익성의 추세적 회복을 속단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오프라인 채널의 상품 통합구입과 물류센터 효율화 등 구조조정 효과를 충분히 누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마트 오프라인 본업의 주력인 할인점과 자회사로 편입된 이커머스가 실적부진의 늪에서 탈출해야 한다.

3분기 이마트 오프라인 본업의 매출비중은 할인점(대형마트) 65.8%, 트레이더스(창고형매장) 20.6%, 전문점(노브랜드) 5.6%, 에브리데이(수퍼마켓) 8.0%로 구성돼 있다. 3분기 이마트 본업에서 트레이더스를 제외한 모든 부문의 총매출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트레이더스 총매출은 2.3% 증가했지만 할인점 4.4%, 전문점 5.9%, 에브리데이 4.4% 등 모두 줄었다. 올해 7월 이마트에 합병된 애브리데이 실적을 제외하면 이마트 오프라인 본업의 3분기 총매출액과 매출총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3.1% 2.8%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이마트의 3분기(누적) 연결 총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6% 줄어든 21조7712억원에 그쳤다.

3분기 이마트의 주요 연결자회사의 순매출액 역시 전년동기대비 1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매출이 증가한 자회사는 스타벅스 3.8%, PKRH 11.3%, 조선호텔 27.5% 등 세 곳뿐이다. G마켓 쓱닷컴(SSG.COM)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푸드의 순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G마켓 쓱닷컴 이마트24의 3분기 매출액 감소율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9.7% 9.1% 5.0%로 상당히 높다. 아직 적자를 못 벗어난 이마트24는 12일 이사회에서 모기업 이마트를 상대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오프라인 계열사 경영정상화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특히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이커머스 플랫폼 실적이 오프라인 채널과 동반으로 역성장하는 것은 매우 아쉽다.

3분기 이마트그룹의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마트의 본업인 트레이더스, 전문점 에브리데이는 물론 계열 자회사인 쓱닷컴 스타벅스 조선호텔 PKRH 등의 수익성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올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추진한 물류통합과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마트의 수익개선을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 이마트 수익성 호전의 지속성이 미덥지 못하고 매출액 성장은 아직 하락추세를 되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마트 오프라인 본업의 주력인 할인점의 역성장과 이커머스 온라인채널의 실적부진이 정상화돼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말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총괄사장을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실질적인 독립경영을 위한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27년, 2011년 이마트를 신세계에서 인적분할해 별도법인으로 출범시킨 지 13년 만이다. 한국 유통업을 대표하는 신세계그룹을 이마트계열과 백화점계열로 분리해 남매간의 경쟁적인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하려는 장기계획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이마트계열을 책임진 정용진 회장이 신세계그룹 회장으로 승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거버넌스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계열분리를 앞당겨 책임경영을 강화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제 독자경영을 통해 오프라인 본업의 실적 부진과 이커머스 인수 실패로 촉발된 이마트그룹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경영역량을 정용진 회장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회사경영에 무한책임을 지는 합리적인 CEO는 아마도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먼저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좋은 소식은 모르고 지나가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나쁜 소식보다 좋은 소식을 먼저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나쁜 소식은 빨리 전파되고 좋은 소식은 좀 천천히 확산돼도 괜찮은 조직문화가 바람직하다고 한다. 3분기 이마트그룹의 경영실적을 보면서 문득 정용진 회장은 어떤 소식을 먼저 접했을까 궁금해진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