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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주주총회 해임안 부결로 사내이사직 자리를 지킨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지주사와는 독립적인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미약품 내의 지주사의 영향을 최소화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19일 오전 한미약품 임시 주총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임시 주총 결과가 한미약품이 나아가는 방향에 맞게 나와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박 대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대한 이사 해임안을 부결했다. 이에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에 대한 신규 이사 선임안은 자동 폐기됐다.
그는 이날 본인의 해임안이 부결로 기존 경영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표적인 경영 방침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의 거리두기다. 앞서 지난 8월 박 대표는 인사팀과 법무팀을 지주사로부터 분리했다. 당시 박 대표는 인사조직을 시작으로 독자경영을 위해 필요한 여러 부서들을 순차적으로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속가능성 △예측가능한 경영 상황 △확고한 전문경영인 체제 수립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비로소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 만큼 내년 한미약품은 올해보다 더욱 견고한 경영과 사업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며 "경영과 대주주의 일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굳건히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갈등을 빚었다.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측은 박 대표를 배임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주요 고발 내용은 △부적절한 거래를 통한 회사 자금 유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 △불필요한 임대차계약을 통한 자금 유출 등이다. 이에 앞서 임종윤 이사 측도 박 대표가 송영숙 회장과 공모해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119억원을 기부했다며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다만 박 대표는 독립 경영이 지주사와의 완전한 단절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완전히 분리·독립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한미약품 자체를 관리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을 둔 것이며 협업은 마찬가지로 계속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과거 법적 고발에 대해선 취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저를 포함해 한미약품에 제기된 고소·고발건은 총 8건이다.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라며 "임시 주총을 제기하고 고발이 진행됐다. 아마 이번 임시 주총을 위한 고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 주총이 끝났으니 고발은 취하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종윤 이사가 제안한 주총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내용이 없었다"며 "이번 임시 주총은 소모적이라고 생각해 왔었기 때문에 임 이사가 빨리 제안했다면 취소를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시 주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주총을 철회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라데팡스파트너스의 경영 개입과 관련해 "라데팡스를 만난 적 없다"며 "직접 이야기한 적이 없어 여기서 답변하기에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만 소모적인 임시 주총을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분쟁 상황이 빨리 종결돼 한미약품그룹이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며 "그룹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의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매우 아쉬운 결과지만 해임 요건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사실과 상황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며 "진실이 드러나면 주주들의 판단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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