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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천보가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한 자금조달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천보는 약 3년 전 3000억원 규모의 메자닌(주식 연계 채권)을 발행해 곳간을 채웠다. 하지만 CB, BW 발행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할 유인이 사라졌다. 천보는 또 다시 같은 규모의 메자닌을 발행해 상환에 나섰지만, 현재 자금 상황을 감안하면 재무적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3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천보는 최근 기발행 CB와 BW를 연이어 상환했다. 투자자와의 협의 하에 자금을 다시 되돌려주고 있다. 지난 한 달여간 3회차 CB 1204억원, 4회차 BW 225억원씩 총 1429억원 규모 사채를 상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CB는 806억원의 잔액이 남아있으며, BW는 전액 상환했다.
채무상환 자금은 리파이낸싱 목적의 메자닌으로 확보했다. 조기상환이 예정된 기존 메자닌 상환을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다. 천보는 지난달 20일 총 3000억원 규모의 CB와 BW를 발행했다. 5회차 CB로 2000억원, 6회차 BW로 1000억원을 각각 마련했다. CB는 KB증권, 제이씨에셋, 수성코스닥벤처, 타이거, 라이프IPO, 르네상스, 퀸즈가드, 씨스퀘어, 안다H 등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나눠 인수했으며, BW는 최대주주인 이상율 대표와 특수관계인들이 사들였다.
차환을 선택한 이유는 기발행 메자닌의 주식 전환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천보는 2022년 2월 이차전지 전해질 생산능력(CAPA) 증설을 위해 2500억원 규모의 3회차 CB와 500억원 규모의 4회차 BW를 발행했다. 이들 CB와 BW는 표면금리와 만기금리가 모두 제로(0%)였으며,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항도 포함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천보의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에 베팅한 셈이다.
그러나 이후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폐지와 이차전지 수요 감소 등 부정적인 외부 환경이 겹치면서 천보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발행 당시 28만8700원(2022년 2월 18일 종가)이었던 천보의 주가는 3만6550원(29일 종가)으로 90% 가까이 떨어졌다. 천보의 주가가 현재보다 9배 상승해 전환가액(31만8150원)을 따라잡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은 차익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환권 효력은 2023년 2월 22일부터 시작됐으며, 사채 만기일은 2027년 2월 22일이다.
문제는 천보의 현금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1173억원이다. 2022년 2660억원에서 절반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3450억원에서 5606억원,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4433억원으로 늘었다. 자체 현금만으로는 상환 자금을 온전히 감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곳간 사정이 넉넉지 못하게 된 원인으로 수익성 악화가 지목된다. 천보의 매출액은 2022년 3289억원에서 1년 만에 1827억원으로 44.5% 감소했다. 올해 3분기에도 1132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500억원을 웃돌던 수준에서 지난해 -80억원으로 적자 전환, 올해 3분기에는 2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도 2022년 755억원에서 지난해 117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3분기에는 -107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차환용 메자닌 발행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겼지만, 수익 구조와 비용 효율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순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리튬 가격 하락으로 전해질 가격도 크게 인하되었다는 점도 회사로선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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