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조선혜 지오영그룹 회장이 개인 자금으로 신사업 핵심 자회사인 듀켐바이오의 지분을 처음으로 매수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지오영이 듀켐바이오를 인수한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주주 자격을 얻게 됐다.
듀켐바이오가 코스닥 이전상장을 진행한 만큼 주가 관리 차원에서 개인 자격으로 장내 매수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 10월 기타비상무이사직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 회장, 사비로 10억 활용 듀켐바이오 주식 매입
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달 20일 두차례에 걸쳐 듀켐바이오 주식 9만6432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분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9억8406만원이다. 취득자금은 전부 조 회장의 개인자금을 활용했다.
조 회장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처음으로 듀켐바이오의 특별관계자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지분율은 0.34%다.
듀켐바이오는 국내 방사성의약품 시장 점유율 94%를 기록하고 있는 견실한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악성종양, 심장병, 간질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인 'FDG'(fludeoxyglucose-18F Injection)다.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등 전국 12개 대형병원에 제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주요 실적은 매출액 347억원, 영업이익 53억원, 순이익 40억원이다. 시장에서 전망하고 있는 2024년 실적 예상치는 매출 37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이다.
지오영그룹은 2021년 8월 신사업 확보전략의 일환으로 듀켐바이오를 인수했다. 그룹은 자회사인 병원 GPO(구매대행) 업체 케이캠프를 활용해 계열 편입했다. 케어캠프의 방사성의약품 부문을 1대 0.11로 인적분할한 뒤 듀켐바이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초기 인수금액은 184억원이다.
힘 못 받은 이전상장 효과…공모가 밑으로 떨어져
앞선 듀켐바이오의 코스닥 상장 시 진행한 공모와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지분 인수의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지오영의 신사업 핵심 자회사인 만큼 주가 제고를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지난달 20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했다. 탄탄한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투심으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듀켐바이오가 산정한 공모가 희망 밴드는 1만2300~1만4100원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 결과 저조한 관심을 보이며 결국 8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밴드하단보다 34.95% 낮은 가격이다.
상장 첫날 장중 1만41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9080원으로 첫날 주가를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3일 현재 종가는 7970원으로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당초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주가다.
상장 후 줄어든 장악력…1년 뒤 콜옵션 행사 부담도
상장 후 줄어든 장악력 역시 조 회장이 주식을 인수한 이유로 꼽힌다. 상장 전 듀켐바이오의 지분 54.28%를 보유했던 지오영은 공모 이후 51.88%로 하락했다. 지오영을 비롯해 그룹의 특별관계자 대부분이 공모에 불참해서다.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지오영의 지분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2021년 분할합병 때 약정에 따라 김종우 부회장이 합병신주 발행가 주당 6509원에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가지고 있어서다. 김 부회장은 듀켐바이오의 창업자다. 행사기간은 상장 후 보호예수기간이 종료되는 날로부터 1년간이다.
김 부회장은 이 기간 듀켐바이오 주가가 1만1853원을 초과하면 발행주식(공모 전)의 3%, 1만5804원을 넘어서면 4.5%에 대해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이 전액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오영의 지분은 47.28%로 하락한다. 8% 수준인 김 회장의 지분율은 13.18%까지 상승한다.
조 회장이 듀켐바이오 이사회에서 빠진 점도 장악력 면에선 악재다. 듀켐바이오는 지난해 9월 조 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임기를 연장하지 않았다. 후임자는 아직 없다. 조 회장이 듀켐바이오 이사회 멤버에서 빠진 것은 인수 후 처음이다.
조 회장의 임기 만료로 듀켐바이오 이사회는 총 3명이다. 김상우 대표이사와 이경호 사외이사, 김학경 기타비상무이사 등이다. 지오영 측 인물은 김학경 이사에 불과하다. 김 이사는 현재 지오영 병원영업 부사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직접 사비를 들여 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그만큼 듀켐바이오에 대해 그룹이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오영 관계자는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인수한 것인 만큼 회사 차원에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형석 기자 khs84041@bloter.net
'Govern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익그룹의 비상]⑥ 호라이즌 감사·MOMQ 이사…김지만은 누구 (0) | 2025.01.08 |
---|---|
[로펌ON] 화우, 이동근·강남일 신임 대표변호사 선임 (0) | 2025.01.08 |
[거버넌스 뉴웨이브]'권오준→최정우→장인화' 진화한 주주환원책 |포스코홀딩스① (0) | 2025.01.06 |
[재계 세대교체 빅뱅] 승계 버팀목 ‘조선’ 업은 정기선, 신사업 경영 탄력 | HD현대② (0) | 2025.01.06 |
MBK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도입시 소수주주 측 이사 선임 불가“ (0) | 2025.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