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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그룹의 지주사는 원익홀딩스다. 하지만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은 가족회사 '호라이즌'을 통해 원익그룹을 자녀들에게 넘겼다.
이 회장 본인이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 최정점에 선 호라이즌의 지분은 대부분 자녀들이 나눠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승계는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 때부터 이어진 '옥상옥' 구조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라이즌은 원익의 지분 46.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 일가는 원익을 통해 원익홀딩스를, 호라이즌을 통해 원익을 지배하고 있다. 원익홀딩스가 지주사지만 사실상 '옥상옥' 구조를 구축했는데 지주사 전환 시점부터 변하지 않고 있다.
2016년 이 회장은 당시 원익그룹 내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았던 원익IPS를 원익홀딩스와 원익IPS로 인적분할한 후 원익홀딩스를 지주사로 했다. 당시에도 이 회장의 지배력이 가장 높은 곳은 원익이었다. 원익IPS 분할 전 이 회장이 들고 있던 원익IPS 지분은 6.8%에 불과했다. 반면 원익의 지분은 38.09%를 보유하고 있었다.
분할된 원익홀딩스는 원익IPS를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원익IPS 주주 대상 현물출자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목적은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서였다. 당초 원익IPS 주식 2400만주를 매수할 예정이었지만 응모주식수는 1098만9246주로 마감했다. 공개매수를 통해 원익IPS에 대한 원익홀딩스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또한 원익IPS 주식을 들고 있던 이 회장과 원익은 원익홀딩스 주식을 배정받으면서 이 회장과 원익의 원익홀딩스 지분은 각각 6.8%에서 16.1%로, 10.2%에서 23.9%로 늘어났다. 당시 원익의 최대주주는 지분 38.09%를 보유한 이 회장이었다. 원익홀딩스를 지주사로 정했지만 사실상 '이 회장→원익→원익홀딩스→자회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해당 구조는 지난해 이 회장이 원익의 지분을 호라이즌에 매각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호라이즌이 이용한 회장 돈으로 원익 지분 매입한 이유
호라이즌이 원익의 주요 주주로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14년 7월이다. 이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원익 신주인수권표시증서를 호라이즌에 증여했다. 증여받은 후 한 달이 지나 호라이즌은 신주인수권을 보통주로 전환했고 원익의 지분 7.09%를 확보하게 됐다.
2016년 원익그룹의 지주사 전환 시기에도 호라이즌은 원익의 지분 6.78%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2018년 원익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위닉스가 원익에 흡수되면서 지분을 8.15%까지 늘렸다. 당시 호라이즌은 위닉스의 지분 11.62%를 보유하고 있었다.
호라이즌은 지난해 8월20일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원익 지분 38.18%(694만5606주)를 263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이 회장으로부터 213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 차입금 자금 용도는 '주식 인수대금'이었다. 사실상 호라이즌은 이 회장에게 빌린 돈으로 이 회장의 원익 지분을 매입한 셈이다.
호라이즌의 2023년 말 기준 총자산은 136억원이다. 그중 유동자산은 53억원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차입금은 133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가용 가능한 모든 자산을 끌어모아 이 회장의 지분을 매입했다. 재무상태가 좋을 수 없는 이유는 매출이 0원이기 때문이다. 영업손실은 2500만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호라이즌이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차입금 만기는 올해 8월까지다. 호라이즌은 원익과 원익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매출이 없는 상태에다 배당 수익도 없다. 이에 호라이즌 설립 목적이 승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장이 원익이 아닌 원익홀딩스를 지주사로 정했을 때도 승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그룹 최정점에 있던 원익이 원익홀딩스의 시가총액 10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낮았던 원익을 자녀들에게 승계하면 자연스럽게 원익홀딩스를 간접 지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원익 위에 호라이즌을 두면서 원익그룹을 260억원 수준에 자녀들에게 승계할 수 있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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