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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호주 자회사, 영풍 지분 '저가 매입' 득실은

Numbers_ 2025. 2. 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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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호주 자회사, 영풍 지분 '저가 매입' 득실은

영풍정밀과 최 씨 일가가 지난 22일 장외 시장서 고려아연의 호주 법인에 영풍 지분 10.3%를 넘겼다. 평균 거래단가는 30만2274원으로 지분이 오간 당일 시세 대비 약 31% 할인된 가격이다. 가격 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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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고려아연

 
영풍정밀과 최 씨 일가가 지난 22일 장외 시장서 고려아연의 호주 법인에 영풍 지분 10.3%를 넘겼다. 평균 거래단가는 30만2274원으로 지분이 오간 당일 시세 대비 약 31% 할인된 가격이다. 가격 책정에 대해 별도 규정이 없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의 속성을 이용해 싼값에 지분을 넘겼다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특히 최 씨 일가의 매각가는 영풍정밀 보다 훨씬 저렴해 블록딜 거래로 이득을 봤다는 지적을 피했다는 평가다.

최 씨 일가 최저가 수준 매각

고려아연은 영풍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영풍정밀을 비롯한 최 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호주 자회사 썬메탈 코퍼레이션(이하 SMC)에 넘겼다. 특수관계자 지분이 상당규모 포함됐기 때문에 거래는 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거래서 이목을 끄는 것은 가격이다. 영풍정밀의 처분 단가는 41만8000원, 최윤범 회장 모친 유중근 씨,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정운 씨 등은 각각 29만2600원에 지분을 넘겼다. 

결제 당일(22일)과 전날(21일) 영풍 종가는 각각 43만9500원, 41만8000원이었다. 영풍정밀의 매각가는 시세에 맞춰 정해졌다. 이번 거래로 인해 영풍정밀에 재무상 손실을 줄까 우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반면 최 씨 일가는 시세의 약 30% 할인된 29만2600원에 지분을 넘겼다. 지난 3년간 거래 중 최저가인 27만1207원에 준하는 가격이다. 최 씨 일가가 책정한 영풍 가치는 약 5000억원으로 영풍 시총이 7691억원임을 감안하면 괴리가 상당하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이번 거래 관련 "과거 3년간 거래 중에 최저 가격에 근접한 가격에 매입했기 때문에 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미래 가치가 있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영풍이 보유한 실질적 자산 가치 대비 저렴한 가격에 SMC가 매입했으니 손해 본 것은 없다는 의미다.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가의 범위를 정할 때 경영권 이전이 수반되는 경우 20%를 가산해야 한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을 20% 할증된 가격에 블록딜로 매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 외의 거래는 별도로 규정이 없으며 상호 합의에 따라 일정 수준 할인율이 적용된다. 이번 블록딜은 양수자가 정해진 특수 관계자 간 거래로 조율 과정이 수월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통상 블록딜은 익명의 제3자간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이번 딜은 지분을 받는 대상이 특정돼 있다 보니 서로 사정에 맞춰 조건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가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지 않았다는 명분을 갖추기 위함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장내에 팔기 어려운 대량 매물을 내놓는 블록딜 거래에서는 인수자가 우위에 있는 게 일반적이라 할인율이 통용된다"며 "대부분 20~30% 이내에서 할인율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평가손 우려 적어…배당 부수입 

SMC의 평균 매입 단가는 30만2274원이다. SMC는 보유 현금으로 매입 자금 575억원을 마련했다.  

박 사장의 설명대로 최저가 수준에 매입했기 때문에 SMC가 재무적 손실 떠안을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영풍정밀이 판 지분을 41만8000원에 인수했지만 해당 지분은 0.8%에 불과하다. 최정운 씨가 지분 3.4%를 매각해 거래 규모가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 최창근 명예회장(3.04%), 최창규 회장(2.85%), 유중근 씨(0.21%) 순이다. 영풍의 주가가 30만원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평가손실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영풍은 지난 2017년부터 8년간 주당 1만원 씩 꾸준히 배당했다. SMC의 지분 취득 시점이 올해 1월이기 때문에 올해 결산 배당금부터 받을 수 있다. 영풍이 주당 1만원씩 배당할 경우 SMC는 19억원을 수취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