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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교보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의 ‘결단’

Numbers 2025. 2. 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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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교보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의 ‘결단’

양측 모두 초기 타협안 거부한 대가 치러야어피니티 투자손실 신회장 자금부담 감내해야지배구조 등 보다 전향적 해결방안 고민 필요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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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초기 타협안 거부한 대가 치러야
어피니티 투자손실 신회장 자금부담 감내해야
지배구조 등 보다 전향적 해결방안 고민 필요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선택의 순간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성공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잘 포착하지만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까지도 고생길로 이끄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민간 기업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크든 작든 어떤 조직에서든 리더의 선택은 본인과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신창재 회장과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낙관적 전망을 공유하며 희망차게 함께 사업을 도모했지만 보험시장과 투자환경이 바뀌면서 양측의 기대가 크게 틀어졌다. 신창재 회장이 어피니티와 다투기 시작한 2018년 당시는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지금보다 비교적 많았다. 적절한 수준으로 수익을 보장하며 상호 타협해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수도 있었다. 욕심을 조금 버리면 기업공개(IPO) 성공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높은 투자수익 목표를 자제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하지 못한 어피니티 역시 결과적으로 기회비용만 키웠다. 양측이 모두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시간만 허비한 채 기회를 놓치고 지금은 묘안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서로 다른 목표로 다툼을 이어온지 6년이 흘렀다. 신창재 회장의 목표는 저렴한 비용으로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고 사모펀드는 투자수익율의 극대화가 목표다. 양측이 부딪히는 쟁점은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격(FMV)이다. 2012년 처음 투자할 때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의 기업공개시 주가가 최소 24만5000원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설령 투자손실이 발생해도 신창재 개인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어피니티는 투자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신창재 회장 역시 교보생명 기업가치가 주당 24만5000원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손실보전을 약속하고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나빠지고 기대한 가격으로 기업공개가 어려워지면서 양측의 인식이 크게 어긋나게 됐다. 신창재 회장은 매년 벌어들인 돈으로 어피니티의 손실보전과 소송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찰 것 같다. 2차 중재재판소 판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신창재 회장은 외부평가기관으로 EY한영을 선정했지만 공정시장가격 제시는 당장 어렵다고 어피니티측에 최근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평가기관을 선정하고 추가소송을 검토하며 잠시 일정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난국을 돌파할 묘수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간접 강제금(매일 20만달러)과 풋옵션 미이행시 6%대의 지연배상금은 신회장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신창재 회장이 이제 매듭을 지을 때가 온 것 같다. 공정시장가격이 1만원 높아지면 부담액이 492억원씩 증가한다는 생각에 신창재 회장의 머리속은 무거울 것 같다. 현재 생보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5배 수준으로 장부가치를 한참 밑도는 상황이다. 2023년 8월 자사주 매입가격이나 최근의 내재가치 등을 감안하면 신창재 회장이 양보할 수 있는 최대가격은 주당 20만원 남짓일 것이다. 어피니티 지분을 받아줄 새로운 투자자가 공정시장가격을 다행히 20만원으로 인정한다면 1조원의 자금조달 부담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주당 24만5000원과 차이나는 손실보전액 2200억원과 수백원의 소송비용 등을 포함해 3000~4000억원 이상의 자금조달과 금융비용은 신창재 회장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새로운 투자자가 공정시장가격을 20만원보다 낮게 평가하면 그만큼 신창재 회장의 자금조달 부담은 증가한다.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면 신창재 회장이 1조2000억원 이상을 전액 조달해 어피니티측의 보유지분 24%를 인수해야 한다. 이 경우 60%로 높아진 지분을 담보로 자금조달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은 비상장주식을 맡기고 필요한 자금을 낮은 금융비용으로 조달하기 쉽지 않다. 어렵게 조달에 성공해도 연간 1000억원(대출금리 8% 가정) 가까운 금융비용을 신회장 개인이 교보생명의 배당금 등으로 감당해야 한다.

2013년~2022년까지(2023년 무배당) 어피니티측이 배당으로 받아간 총수익은 2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투자원금 대비 연평균 2% 남짓한 배당수익으로 사모펀드 투자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현재 시장상황과 대주주의 자금부담능력을 감안하면 어피니티측은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누적 배당금을 감안해도 어피니티측은 기회비용을 포함한 투자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 모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타협안이 필요해 보인다. 경영이 어렵고 돈을 벌지 못해 미래가 없는 회사는 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신창재 회장이 나름 경영을 잘 해왔기 때문에 교보생명이 M&A 시장에 나오면 관심있는 투자자가 다수 있을 것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기업가치를 주당 25만원으로 가정하면 교보생명 지분 100% 인수에 약 5조원이 소요된다. 투자금 5조원으로 연간 5000~6000억원 가까운 순이익 창출이 가능한 137조원(2024년 9월 기준)의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 간에 소통이 부족해 합리적인 타협안을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신창재 회장뿐 아니라 어피니티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부정적임을 참고해야 한다. 지금은 생보업 환경과 시장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업공개가 쉽지 않다. 기업공개가 어려워지고 공모가격이 어피니티의 초기투자액을 하회하면 신회장 개인의 자금부담이 증가하지만 어피니티 측의 목표수익율 확보도 점점 더 어려질 수 있다. 어피니티는 투자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신규 투자자로 참여하는 주주의 요구조건에 따라 교보생명의 지배구조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가능성도 크다.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 모두 결단의 시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