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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그룹 생보업 진출] ① 한국금융, 증권업 의존도 95%…사업 다각화 '신중모드'

Numbers_ 2025. 3. 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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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그룹 생보업 진출] ① 한국금융, 증권업 의존도 95%…사업 다각화 '신중모드'

생명보험업 진출 준비 'N년',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조명해 봅니다.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수년째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구조 다각화에 성공할 지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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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업 진출 준비 'N년',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조명해 봅니다.

 

/그래픽=임초롱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수년째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구조 다각화에 성공할 지 이목이 쏠린다. 한국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중 보험 계열사가 없는 데다 사실상 한투증권 비중이 절대적인 수준이어서 포트폴리오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수년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출연하는 보험사 매물마다 스터디 차원에서 투자설명서(IM) 등을 수령해가는 점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한국금융지주는 보험사 인수 최종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최근 10년 한투증권, 그룹 내 영업익 비중 90% 

 

28일 <블로터>가 최근 10년 동안 한국금융지주 내 한투증권 실적 비중을 분석한 결과,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평균 90.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에 해당하는 영업수익 기준으로는 94.6%다. 즉, 증시가 좋을 때는 한투증권 실적 고공행진과 함께 지주사 연결 실적도 장밋빛이지만 증시가 나쁠 때는 실적이 동반으로 꺾이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한투증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와 2021년에는 한국금융지주 역시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금융지주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1995억원, 1조3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6.2%, 46.8%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투증권은 1조2837억원의 영업이익과 1조112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지주사보다 더 많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을 한투증권으로 상쇄하면서 지주 전체 연결 실적의 100%가 넘는 비중을 나타냈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준 한투증권의 그룹 내 실적 비중은 107%다.

 

한투증권이 두 번째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던 2021년 당시 실적도 보면 지주사의 연결 영업이익은 1조5210억원, 순이익이 1조7646억원을 기록했었다. 한투증권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2940억원, 1조4502억원으로 연결 기준 실적 비중은 88.8%, 80.8%를 각각 나타냈다. 2021년 지주사가 직접 들고 있었던 카카오뱅크 지분과 관련해 기업공개(IPO)로 인한 지분법 이익 5546억원이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한투증권의 실적 비중은 좀더 확대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와 함께 증시 거래대금이 급감하며 한투증권의 실적이 갑자기 꺾였던 2022년 실적은 지주사도 같이 꺾였다. 한투증권의 실적이 70% 가까이 급락한 400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때 한국금융지주도 64% 금감한 54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규모로만 보면 1년 만에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한투증권의 별도 기준 실적으로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10년 동안 지배구조 재배치로 한투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27.2% 지분율로 2대 주주로 있고, 해외법인까지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합산해서 연결 실적을 발표한다. 별도 기준 재무제표는 연결 대상 법인 등을 제외하고 한투증권의 실질적인 본체만 결산한다.

 

별도 기준으로 10년 평균 한투증권의 한국금융지주 실적 비중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94.6%에 달한다. 같은 기간 별도 순이익 비중은 평균 78.7%다. 2023년 한투밸류자산운용 배당수익 1조6650억원은 제외했다. 2021년 카카오뱅크 IPO 지분법 이익을 제외하면 한투증권에 대한 지주 순이익 의존도는 10년 평균 80%를 넘어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간 거래대금은 2015년 총 2201조원에서 지난해 4669조원으로 성장했다. 이 기간 중 역대 최대는 2021년 6769조원으로, 일평균 거래대금도 27조2930억원을 기록했다. 한투증권은 브로커리지 매매 부문에서도 10% 안팎의 시장점유율로 국내 상위권 증권사여서 증시 거래대금에 따른 실적 영향도 불가피하다.

 

2022년 총 거래대금은 40% 넘게 급락한 3914조원으로, 한투증권 실적이 꺾였던 시점과 맞물린다. 즉, 증시가 좋지 않으면 한투증권 실적이 나빠져 한투그룹 전체 연결 실적도 끌어내리게 되는 구조다. 한투그룹이 지주사 형태로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매년 실적이 널뛰는 이유다.
 

보험사 인수 의향 내비치는 배경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금융그룹 지배구조 현황 /자료=한국금융지주 IR북

 

이에 따라 한투그룹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은행지주들을 포함해 비은행 금융지주사인 메리츠금융은 물론, 삼성·현대차·한화·DB 등 대기업 계열 금융그룹 모두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금융지주는 없다. 금융지주 포트폴리오 강화와 자산 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업종 다각화가 필연적이다.

 

한투그룹은 현재 증권과 자산운용사 외에도 캐피털·프라이빗 에쿼티(PE)·저축은행·부동산신탁 관련 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업은 카카오뱅크 2대 주주로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보험업의 경우 2023년 한화생명의 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단행한 1000억원 규모 투자 정도다. 이보다 더 나아가 보험 계열사를 통해 자산운용 확대에 나서면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 인수전 때마다 한국금융지주가 이름을 올리는 배경이다. 2023년 KDB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왔을 때와 지난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전이 개막했을 때 IM을 수령해간 것도 보험업 진출을 위한 스터디 차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IM을 받아갔다고 해서 거래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비용을 지불하면 받아볼 수 있다.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보험사 매물을 대비한 목적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인수가 진행되고 있다기보다는 금융지주사로서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의 한 방향으로 보험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