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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캐스퍼 닐슨 교수 "기업 승계 미루지 말고 목표·방향 명확해야"

Numbers_ 2025. 3. 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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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캐스퍼 닐슨 교수 "기업 승계 미루지 말고 목표·방향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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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마이스너 닐슨 교수가 3월 12일 열린 CFA한국협회 특별 강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남지연 기자


"후계자가 기업을 물려받을 시점이면 서양 기준으로는 이미 은퇴할 나이에 가깝다."

캐스퍼 마이스너 닐슨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교수이자 홍콩과기대 겸임교수는 12일 <블로터>와 만나 "한국 등 아시아 기업은 승계 결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닐슨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와 행동 재무학, 가계 금융 분야의 전문가다. 그의 연구는 경제와 재무 분야 최고의 저널에 게재됐으며 비즈니스 위크, 파이낸셜타임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더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을 포함한 세계 주요 신문·잡지에 소개됐다. 특히 그는 기업 거버넌스, 승계 계획과 관련된 연구가 경제 성장과 가치 창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닐슨 교수는 기업 승계 과정에서는 현 경영자가 기업의 목표와 승계의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경영자는 목표와 승계 방향에 맞게 계획을 적시에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만약 기업을 계속 가족 소유로 유지하고 싶다면, 차세대 경영진을 철저하게 준비시켜야 한다"며 "다만 이런 준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매각하고자 한다면 승계 계획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현 경영자가 기업가치 창출에 필수적인 존재일수록, 잠재적 인수자가 지불할 금액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닐슨 교수는 한국은 대규모 재벌 기업이 소수의 가문에 의해 지배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경제 전체가 소수 가족들의 승계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아시아 기업이 승계 계획을 세울 때 직면하는 가장 큰 과제로 가족 전통과 문화적 규범을 꼽았다.

그는 "(한국·아시아 기업은) 가업 승계가 일반적이며 후계자는 대체로 장남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음 세대가 기업을 이끌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과 업무 경험을 제공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업들이 승계 결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계획적인 승계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감안했을 때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닐슨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계획되지 않은 승계는 상당한 비용을 초래하는 등 기업의 성과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계획된 승계는 적절한 역량과 경험을 갖춘 후계자가 전문 경영인과 동등한 성과를 보여 기업의 운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차세대 기업 리더에게 중요한 역량은 관련 분야의 학문적 자격과 기업 외부에서의 업무 경험이라고 봤다.

닐슨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혈연 관계 때문에 차기 CEO를 임명하는 족벌주의(nepotism)는 기업의 운영 성과를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하락시킨다"며 "하락 폭은 기업의 평균 운영 성과에서 순이익이 제로(0)가 되는 수준까지 감소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거버넌스 트렌드로는 이사회의 역할 강화와 독립성·책임성이 꼽혔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닐슨 교수는 "한국에서는 사외이사의 비중을 증가시키고, 이사의 임기 제한을 도입했다"며 "이사회와 경영진을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쉬운데, 이 과정에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이사의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의사결정에의 성패는 경영진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고, 필요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능력에서 갈린다"며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경영진과의 논의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사외이사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닐슨 교수는 이날 를 주제로 열띤 강연을 펼쳤다. 행사에는 CFA한국협회 회원과, CFA 프로그램 응시자, 대학생 등 총 100명이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CFA 한국협회에서 강연할 기회를 얻어 매우 감사하다"며 "특히 승계 계획에 대한 연구 결과를 현재, 미래의 경영진과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