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porate Action/IPO

'상장 구조' 시험대 오른 SK엔무브

Numbers_ 2025. 4. 11. 16:36

▼기사원문 바로가기

 

 

'상장 구조' 시험대 오른 SK엔무브

 

www.numbers.co.kr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가운데),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왼쪽), 이석희 SK온 사장(오른쪽)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들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주주와의 대화’에서 주주들과 경영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


"이중상장에 따른 부담까지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CEO·사장)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직접 언급한 이 발언은 자회사 SK엔무브의 상장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대응이었다. 중복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논란을 의식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지분 현물배당을 포함한 다양한 상장 구조를 검토하며 기업가치 재평가와 주주 신뢰 사이의 균형점 찾기에 착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SK엔무브의 최대주주로 지난해 말 기준 약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SK엔무브가 독자 상장에 나설 경우 분리 상장된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모회사에 대한 지분가치 반영이 제한되거나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중복 상장은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될 경우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시장 신뢰가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분할 상장 이후 LG화학의 주가 부진이 자주 언급된다. SK이노베이션이 유사한 경로를 밟을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보다는 오히려 주주 이탈과 할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IPO 구조를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사전에 검토하고 있다"며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짤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지분을 활용한 현물배당 방식을 비롯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하고 있는 SK엔무브의 일부 지분을 기존 주주에게 현물 형태로 무상 배당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상장 이후 SK이노베이션 주주는 모회사의 간접적인 자회사 지분가치 반영이 아닌 직접적인 자회사 주식 보유를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 방식은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 친화적 구조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자회사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라는 본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주주 이탈을 방지할 수 있어 전략적 유연성이 크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과 SK엔무브가 동시에 참여하는 IPO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엔무브가 신주를 발행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일부 지분(구주)을 시장에 매각하는 '신주+구주 병행 공모' 방식이다. SK엔무브의 공모주 배정물량을 늘릴 수 있지만 시장 수요와 공모 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지분 일부를 향후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이는 현물배당과 병행되거나 후속 주주친화 정책으로도 연계될 수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박 사장은 "SK엔무브는 미래지향적 사업 모델로 전환 중"이라며 "필요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중 하나로 IPO를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장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IPO 구조와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당시 SK엔무브 대표이사)이 2023년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ZIC 브랜드 데이'에서 미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효과적으로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SK엔무브의 상장 필요성을 재무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실제로 SK엔무브는 IPO의 타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을 갖춘 상태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은 5조7796억원, 영업이익은 9995억원,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1조1628억원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다.


SK엔무브는 최근 폐윤활유 리사이클링, 액침냉각 기반 열관리 솔루션, 전기차용 냉매 제품 등 친환경·고부가가치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자금(CAPEX)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IPO 추진의 실질적 배경이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 수익성만 놓고 보면 SK엔무브는 IPO 없이도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가능하지만, 기술집약적 신사업으로의 전환에는 대규모 자본이 필수적"라며 "모회사와 시장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구조 설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