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유동성 위기로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했던 자구책을 지키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태영건설의 자구 노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온 상거래채권 1485억원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당초 태영그룹이 계열사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자구책의 일환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2400억원)을 태영건설의 상거래채권 결제자금(1485억원) 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던 점을 감안하면 약속을 어긴 셈이다.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이 채권자협의회를 앞두고 당초 밝힌 이행 계획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을 두고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워크아웃 개시 절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역시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뢰도가 깨진 상황에서 태영그룹은 전폭적인 자구책 마련이 절실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SBS 등 방송을 제외한 계열사 매각 △사재 출연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의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구안에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와 골프자과 레저사업을 운영하는 ‘블루원’ 등 지주사 TY홀딩스와 태영건설의 계열사와 자산 다수가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원의 경우 이미 주관사로 삼일PwC를 선정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달 11일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이달 3일 채권자를 상대로 경영 상황과 자구 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한다. 태영건설은 이 자리에서 워크아웃을 승인 받기위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설명하고 채권단을 설득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채권단이 만기연장·신규대출 등을 지원하는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을 기준으로 채권단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의 PF 보증채무 규모가 9조원을 웃도는 만큼 직접 대출금과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무를 다 합친 채권단 규모는 40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3분기 말 장기차입금 1조4942억원과 단기차입금 6608억원 등을 포함해 총 2조1550억원을 대출받았다.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이며 대출 보증 규모는 9조1816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태영건설의 채권단은 산업은행, KB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태영건설의 주요 채권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에 대해 PF 대출 1292억원과 단기차입금 710억원 등 2002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PF 대출 1500억원과 단기차입금 100억원 등 총 16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기업은행(997억원), 우리은행(720억원), 신한은행(636억원), 하나은행(619억원) 등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2금융권에서도 신협중앙회(397억원), 용인중앙새마을금고(359억원), 성남중앙새마을금고(334억원) 등이 채권을 갖고 있다.
다양한 의사결정권자가 있는 만큼 채권단별로 셈법이 각자 다를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변수 요인으로 꼽힌다. 채권자 75%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태영건설 측은 이와 관련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수많은 이해관계자 피해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산업은행과 협의해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채권단과 성실한 협의를 통해 기업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 금융채권 변제와 조속한 회사 정상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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