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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그룹 내 입지는 단연 특별하다. 모태인 정유·석유화학의 중심에 있는 중간지주사로서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온·SK엔무브 등 굵직한 기업을 거느렸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최고경영자(CEO)는 기획, 투자, 재무 등 다방면에 이르는 뛰어난 경영 감각이 필요한 자리로 꼽힌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SK 사장단 중 '차기 부회장'으로 유력하게 언급되는 이유다.
최태원 회장 최측근 '비서실장' 출신
1964년생인 박 총괄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1987년 SK이노베이션 전신인 유공 석탄사업부에 입사했다. 이후 SK에너지 소매전략팀장, SK㈜ 투자회사관리실 임원, SK네트웍스 S-모빌리언 본부장, SK에너지 리테일마케팅사업부장 등 전략·기획·마케팅 전반에 걸친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쳤다.
SK 오너일가와의 인연도 두텁다. 박 총괄사장은 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 투자전략을 짜면서 최태원 회장의 신임을 받아 2011년 SK㈜ 비서실장 전무로 발탁됐다. 그의 일정과 업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은 그룹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2017년부터 SK그룹의 종가인 고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이 이끄는 SK네트웍스 사장으로 선임됐다. 부사장 승진 이후 1년 만의 초고속 사장 승진이다. 당시 박 총괄사장은 시장의 흐름을 한발 앞서 예측하는 전략가로 평가받았다. 최신원 회장이 사업의 큰 그림을 설계하면 비서실 출신인 박 총괄사장이 디테일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2021년 최신원 회장이 개인골프장 사업 추진,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계열사 자금지원 명목으로 계열사 6곳에서 2235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되자 SK네트웍스는 박 총괄사장 중심의 단독 대표이사 경영체제에 들어가기도 했다. 박 총괄사장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강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년간 SK네트웍스에서 몸담던 박 총괄사장은 2023년 SK엔무브로 적을 옮겼다. 기존 서진우 부회장이 맡던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에도 새롭게 임명됐다. 그리고 SK엔무브 사장 부임 1년 만에 SK 사업의 중심부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으로 발탁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박 총괄사장은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의 내실 강화와 성과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우선 과제는 '체질개선'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도 우리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는 '해현경장'의 자세로 경영시스템을 점검하자"고 강조했다. 이렇듯 박 총괄사장에게 놓인 최우선 과제는 SK이노베이션의 체질개선이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 수요 둔화, 그린 비즈니스로의 전환, 배터리 사업 수익성 회복 등 현안이 산적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모태 사업인 정유·석유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마련해뒀다. 배터리(SK온), 소재(SK아이이테크놀로지), 석유개발(SK어스온) 등 다양한 신성장 사업을 구축했지만 수익구조는 여전히 정유·석유화학에 편중됐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5631억원 중 정유·석유화학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조3495억원으로 약 86%에 달했다.
박 총괄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생존이 위협받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며 “인풋 대비 아웃풋이라는 효율성 관점에서 전체적인 전략 방향을 점검하고 경쟁력 강화방안을 도출하자"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박 총괄사장은 △과거와 현재의 성과, 앞으로의 전망, 수익성, 경쟁력, 리스크 측면에서의 사업 포트폴리오 평가 △사업 회사 간 시너지 강화 및 전체 관점의 자원 효율화 △SK 고유의 '또 같이' 경영 장점 극대화 등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OB 부회장단 물러나자…'차기 부회장' 존재감 부상
최근 최태원 회장은 사촌형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여기에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조대식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은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 중심의 오너경영 체제가 한층 강화된 배경을 고려할 때 박 총괄사장은 머잖아 '부회장 승진'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실제 역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상당수는 재직 도중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8년 선임된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은 2013년 부회장에 올랐다. 2015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정철길 사장 역시 이듬해인 2016년 부회장이 됐다. 김준 부회장도 2017년 사장으로 시작해 202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총괄사장은 '내부에서 육성된 전문경영인' 공식도 이어가고 있다. 정철길 부회장은 1979년 유공으로 입사해 오랜 기간 석유개발 사업을 맡아왔다. 김준 부회장 역시 유공 출신으로 SK에너지 대표이사를 맡다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실제 최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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