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과 기업금융으로 외형을 빠르게 확장해 온 키움캐피탈이 자기자본보다 더 많은 규모의 기업어음(CP) 한도거래 약정을 모회사인 키움증권과 체결하기로 했다. 실제로 자금 거래가 이뤄진 게 아닌 크레딧 라인만 설정해 둔 것으로,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한 것과 같은 개념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자회사 키움캐피탈과 CP 거래를 하기 위해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의결했다. 한도는 3000억원 규모다. 향후 1년 동안 필요시 3000억원 한도 내에서 키움캐피탈 CP 매입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캐피탈사는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어 CP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유사시 키움증권이 키움캐피탈 CP를 매입해 줌으로써 키움캐피탈 자금 융통에 힘을 보태겠다는 얘기다.
키움캐피탈 자기자본이 293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자기자본보다 더 많은 한도를 열어두는 셈이다. 2018년 키움증권과 다우기술이 출자해 설립된 키움캐피탈은 부동산 금융과 기업금융을 토대로 외형을 빠르게 확장해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키움캐피탈 영업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금융 33%, 기업금융 32% 등으로 구성됐다.
키움증권과 키움캐피탈 간 이번 약정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데 따른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키움캐피탈은 부동산 PF 리스크 최전선에 있는 태영건설에도 자기자본의 10%에 달하는 300억원가량의 PF 대출 보증채무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오는 11일 제1차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하기 위해 채권단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키움캐피탈은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독산동 노보텔 개발사업과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에 각각 100억원, 200억원씩 PF 대출 보증채무 잔액이 남아있다.
키움증권과 키움캐피탈 간 CP 한도거래 약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말 2000억원 규모 1년짜리 약정이 처음이었는데, 당시에는 레고랜드 발 PF 리스크가 조금씩 불거지던 시점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해당 약정과 관련해 실제 자금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약정 역시 키움캐피탈 포트폴리오 비중을 감안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크레딧 업계에서도 올해 캐피탈업황이 비우호적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키움캐피탈의 경우 모회사 지원을 고려해 키움캐피탈 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은 'A-(안정적)'를 유지했다. 실제로 키움증권과 다우기술은 키움캐피탈 유상증자에 2018년 10월 300억원, 11월 500억원, 2019년 11월 500억원, 2021년 3월 500억원, 2023년 8월 500억원씩 참여하는 등 그룹의 자본확충 및 보증 제공 등의 재무적 지원이 지속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랑 캐피탈사랑 등급 차이가 있는데, 시장의 자금경색이라든지 불가항력적인 위기가 왔을 때 직접 자금조달과 관련해서 금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키움캐피탈의 안정적인 지원을 위한 약정"이라며 "실제로 해당 금액을 전부 다 쓰겠다는 것은 아니며,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자금 대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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