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팔아야 하는데 유증만 두 번…'따뜻한 사모펀드' 만난 애큐온?

Numbers 2024. 1. 8. 21:12

(사진=애큐온캐피탈)


애큐온저축은행이 사모펀드 품속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 기간 애큐온저축은행은 유상증자만 두 차례 단행할 정도로 건전성이 악화한 데다 수익성도 나빠져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애큐온저축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34%로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P) 늘어났다.

BIS 비율은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BIS 비율 권고치를 11%로 정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당국의 권고 수준을 가까스로 넘긴 셈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사모펀드 베어링프라이빗에퀴티아시아(베어링PEA)에 인수된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큐온저축은행 모기업은 애큐온캐피탈이다. 베어링PEA는 지난 2019년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로부터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을 인수했다. JC플라워는 약 1000억원 매각 차익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스웨덴계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지난 2022년 베어링PEA를 인수하면서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 주인도 EQT파트너스로 바뀌었다. 성공적인 엑시트를 했던 JC플라워와 달리, EQT파트너스의 경우 애큐온의 매각 시점과 성공 가능성이 모두 불확실하다는 게 차이점이다.

연도별 애큐온저축은행 결산공시를 보면 베어링PEA에 넘어가기 직전인 2018년 BIS 비율은 13.50%로 당국 권고치를 여유 있게 넘겼다. 이듬해에도 13.94%로 선방했으나 2020년부터 11.19%, 10.88%, 10.91%를 기록하는 등 애큐온저축은행 BIS 비율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건전성 개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큐온캐피탈은 지난 2021년과 작년 5월 각각 500억원씩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모두 BIS 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애큐온캐피탈의 두 차례 유상증자는 애큐온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최상위 지배기업의 결정으로 해석된다.

애큐온이 견조한 수익 흐름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베어링PEA가 애큐온캐피탈 인수를 통해 애큐온저축은행을 품은 지 올해로 5년이 도래했다. M&A 시장이 침체한 상황인 것은 물론 매각 차익을 올릴 수 있을 지와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 모두가 불확실한 국면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기관전용 사모펀드 동향 및 시사점'을 보면 지난 2022년 해산된 기관 전용 PEF의 평균 존속기간은 3.9년으로 집계됐다. 사모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통상 4년을 넘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여러 업계에 진출한 사모펀드들도 경영권을 인수하고 5년이 지나면 유상감자와 배당 등 투자 회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애큐온캐피탈을 인수한 지 햇수로 5년이 지나 이제는 엑시트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엑시트를 위해선 건전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애큐온저축은행에 1000억원을 투입하는 유상증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BIS 비율 반등을 낙관하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권고한 BIS 비율 11%를 준수하기 위해 대출자산 및 자본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2023년 말 추정 BIS 비율은 12% 수준을 예상하고 있어 11% 이하로 하락할 개연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이 BIS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매각까지 남은 걸림돌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업황이 나빠지면서 생긴 수익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애큐온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6.02%로 1년 전 3.20%에서 약 두 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적 순손실은 375억원으로 1년 전 478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세 번째로 많은 손실액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이익창출능력에서도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2022년 3분기 기준 17.54%였던 애큐온저축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년 새 23.48%P 빠져 -5.94%를 기록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수익성이 뒷걸음질친 배경을 외부에서 찾았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발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전 금융기관의 예금 금리가 대폭 상승했다"며 "저축은행 또한 이러한 영향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으로 지난해 손익에 마이너스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시중 유동성 악화 및 대출금리 인상에 따라 고객 소득 대비 상환 여력이 나빠져 연체율이 증가했다"며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액 증가로 인해 2023년 3분기 기준 손익이 악화했다"고 부연했다.

애큐온은 어려운 와중에 수익성과 함께 대외적 이미지도 챙겨야 한다. EQT파트너스는 스웨덴계 사모펀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해 에프앤가이드 ESG센터장을 역임한 송병운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또한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조성한 기부금 3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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