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오 업체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오리온그룹을 두고 이번 투자의 최대 수혜자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담서원 상무가 아닌 담 상무의 누나 담경선 오리온재단 이사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담 이사장이 레고캠바이오 인수 주체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PAN ORION)의 지분 약 1.61%를 소유한 데 비해 담 상무의 지분은 없기 때문이다.
17일 홍콩 기업등록국에 공시된 팬오리온의 사업보고서와 재무상태표 등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팬오리온의 전체 지분 가운데 95.15%는 모기업 오리온이 보유했으며 이어 담 회장이 약 3.23%, 담 이사장이 약 1.61%의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담 상무는 주주명단에 없다.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은 중국 7개 법인의 지주사로 연결기준 자산 규모는 약 90억 4728만 위안(약 1조 6805억), 영업이익은 약 10억 8306만 위안(약 2011억 7885만원)을 기록한 알짜 계열사다. 2023년에는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하고 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팬오리온의 당기순이익은 모회사를 제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팬오리온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793억 83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리온의 당기순이익은 2015억 9500만원이다.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캠바이오 지분 25.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된 팬오리온은 인수 시너지 효과로 향후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오리온의 중국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다 이날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약 1조 4594억원 규모의 레고캠바이오가 오리온의 풍부한 현금 지원을 받는다면 기업가치 2조원을 넘는 초대형 글로벌 바이오 업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해서다. 레고캠바이오는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레고캠바이오를 삼킨 팬오리온의 향후 배당이익만 계산해도 3대 주주인 담 이사장은 수천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당초 바이오 사업은 오리온그룹이 낙점한 미래 먹거리로 후계자인 담 상무가 사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오리온그룹이 3세 경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안팎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담 상무의 지분이 없는 팬오리온의 지분 구조를 볼때 오히려 담 이사장이 레고캠바이오 인수를 통해 앞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레고캠바이오 인수를 두고 후계에서 밀려난 '담 이사장 챙겨주기'라는 시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1985년생인 담 이사장은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를 거쳐 2010년 오리온에 입사해 과자 브랜드 '마켓오' 사업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결혼 이후엔 오리온재단에서 상임이사로 일하며 기업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담 상무는 1989년생으로 뉴욕대를 졸업한 후 중국 베이징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오리온 입사 직전까지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다 2021년 오리온그룹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합류해 1년 반 만에 부장에서 경영관리팀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담 이사장과 담 상무는 그룹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1.22%씩 갖고 있다. 모친 이화경 부회장 32.63%, 담 회장 28.73%에 이은 3대 주주다.
심현희 기자 macduc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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