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HL디앤아이한라의 재무건전성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 이자 부담과 신규 자금 조달에 대한 난항이 예상된다.
HL디앤아이한라는 1980년 HL그룹 계열 건설사로 출범했다. 항만, 철도 등 토목사업을 위주로 펼쳐오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주택사업에 진출하며 공종 다각화에 나섰다. 1997년 HL디앤아이한라가 도입한 주거 브랜드가 '한라비발디'다. 파주, 안양 등 수도권 도시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해 왔다.
고금리 회사채 재무부담 가중
HL디앤아이한라의 단기 차입금은 3372억원이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자금이 현재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를 웃돌아 부담이 커진 상태다. 2023년 9월 연결기준 HL디앤아이한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819억원이다.
단기차입금 중에서도 고금리 회사채가 부담이 큰 상황이다. 올해 2월을 시작으로 8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1240억원에 달한다. 7.5~9%대의 이자율로 발행된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옴에 따라 상환 또는 차환이 필요해졌다.
BBB+ 등급인 HL디앤아이한라는 올해초 회사채 발행 당시 8%대 후반과 9%대 초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회사채 금리가 8% 초반대라는 점에서 당시보다는 차환 발행 부담은 줄었다. 다만 금리는 여전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적지 않다.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2134억원의 단기차입금도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HL디앤아이한라는 신한은행에서 이자율 6.1~7.16%(변동금리)대의 일반 대출로 915억원을 차입했다. 이밖에 영동농협, 우리종합금융 등에서 각각 7.13%, 7.7% 이자율로 각각 143억원, 100억원을 빌렸다. 이밖에 기업어음을 발행해 한국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을 통해 94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HL디앤아이한라의 2023년 3분기 부채비율은 329.5%였다. 차입금의존도도 46.9%로 나타났다. HL디앤아이한라는 지난해 9월 준공한 자체 사업장 경기도 양평 양근리 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4분기 일부 자금이 회수돼 전보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결산 실적이 미공시됐지만 부채비율은 300%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HL디앤아이한라는 현재의 현금 보유액과 지난해 이익잉여금 등으로 재무 부담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HL디앤아이한라 관계자는 "쟈금 상환에 문제가 없으며 조달 계획도 세워놓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L디앤아이한라는 경기 양평 양근리, 인천 작전동, 부천 소사동 등에 진행하는 자체사업을 포함해 전북 군산 지곡동, 경남 김해 장유동, 경기 양주 회정동 등 민간 발주 주택사업을 펼치고 있다. 주택사업 수주 잔고는 1조6228억원으로 전체 수주잔고 7조618억원 중 23%에 해당한다.
HL디앤아이한라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는 조건부 채무인수 1조772억원을 포함해 1조8433억원(2023년 3분기 기준)이다.
HL디앤아이한라 측은 PF 우발부채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위험 부담이 큰 자체사업장에서도 분양 성과가 좋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평 양근리에 이어 인천 작전동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도 모두 털어냈다. 부천 소사역 한라비발디 프레스티디도 5세대 미만으로 잔여 세대가 남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착공 사업장에 대한 위험 관리는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미착공 사업장이 대구, 울산, 인천 등 미분양 위험이 높은 입지에 분포돼 있다.
HL디앤아이한라는 자체사업장인 경기 이천 아파트를 올해 1분기 착공할 계획이다. 대구 평리 재개발, 경기 시흥, 부천, 인천 등 가로주택 정비사업 4개 현장도 올해 1~2분기 중 착공할 예정이다. 2025년 중에는 울산, 인천 등에서도 미착공 현장의 착공 전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착공 사업장의 분양 성과에 따른 부담이 남아 있는 셈이다.
HL디앤아이한라는 분양 안정성이 높은 수도권 지역을 위주로 자체사업을 펼치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HL디앤아이한라 관계자는 "인천 작전동의 경우에도 분양이 완료됐고 부천 소사도 문제 없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군산, 청주 등 지역 사업장도 높은 분양률을 보인 만큼 위험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HL디앤아이한라는 주택사업 분양 입주 관리 철저, 현장 원가 개선 등을 통해 위험도를 관리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HL디앤아이한라 관계자는 "HL디앤아이한라는 중장기적으로 비건설 부문 비중을 확대해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능력을 보다 높일 계획"이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캐시경영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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