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리포트 74

[CFO 리포트] ESG 경영 외면한 남양유업의 운명

대법원 주식양도소송 최종판결로 남양유업 경영권이 60년만에 사모펀드 한앤코(Hahn & Co.)로 넘어간다. ‘굶는 아이들에게 우리 분유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1964년 창업한 남양유업은 전후 경제개발 연대 베이비붐으로 급성장하는 유아식 시장과 유가공업계에서 경쟁사 매일유업 보다 기업가치를 월등히 높게 인정 받으며 승승장구해온 회사다. 2013년 5월 7일 대리점주 갑질 논란과 연이어 터진 각종 구설수 등 평판리스크에 노출되기 전까지 업계 상장회사 최강자로 굴림해 왔다. 이렇게 앞서서 잘나가던 회사가 10여년만에 기업가치가 곤두박질해 경쟁사에 밀리고 급기야 대주주가 바뀌는 어려운 지경에 몰린 연유는 뭘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남양유업 대주주 일가의 경영행태를 되짚어보면 경영권이 바뀌는 것이 사필귀정이고 소..

Perspective 2024.01.15

[CFO 리포트] ‘채무자의 갑질’, 태영건설은 회생할까?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두고 채권단과 금융당국, 채무자 간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처지가 다르니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돈 빌려줄 때와 돌려 받을 때 갑과 을이 뒤바뀐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게 실감난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강석훈 행장의 강경 발언들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기업이 경영을 잘못하여 망할 위기에 처하면 시장 논리로 보면 망하게 둬야 한다. 기업가치가 추락하고 영위하던 사업이 돈 되는 괜찮은 사업이면 싸게 인수하려는 투자자가 나타나서 정상화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퇴출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상시적인 도산법(倒產法,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과 한시법인 기촉법(企促法, 기업구조촉진법..

Perspective 2024.01.08

[CFO 리포트] 대선비정(大善非情)의 계절, KB·신한·하나·우리금융 CEO의 소명의식

정권이 바뀌거나 회사 CEO 교체기 때마다 은행과 금융지주 수장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시련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최근 CEO를 교체한 KB금융지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이런 바깥바람 정도는 주어진 외생변수로 치고 늘 호사다마(好事多磨) 덤으로 생각하며 오히려 조직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활용되기도 한다. 익숙한 통과의례, 통제할 수 없는 한국 금융회사 수장들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마땅히 치루어야 할 비용으로 습관화된 지 오래다. 이러한 외풍 못지 않게 매년 조직을 점검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12월 즈음은 모든 CEO들에게는 아주 고통스럽고 잔인한 달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동안 의기투합하여 동고동락하며 함께 일해온 동료, 선후배들 중에 동행하지 못하고 하차를 알려야 하는 일은 여간..

Perspective 2024.01.02

롯데손해보험, 누가 가져갈까? [CFO 리포트]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인수합병(M&A, Merger & Acquisition)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되면 경쟁자를 따돌리고 최종 낙점을 받기 위해서 당초 추정한 실질가치를 벗어나 인수프리미엄이 과도하게 지불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미국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중 1995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4년간 거래된 거래금액 1억달러 이상 1267건의 M&A 사례 분석 결과 평균적으로 지불된 인수프리미엄은 약 30%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너지 솔루션, 마크 서로워 & 제프리 웨이런스). 조금 비싸게 주고 사더라도 인수 후 통합과정(PMI, Post Merger Integration)을 신속하게 잘 마무리하고 시너지 가치를 만들어내면 성공한다는 주장은 M&A를 주선하는 거간꾼들이 흔히 펴는 논..

어바웃 C/CFO 2023.12.27

[CFO 리포트] ‘나 혼자 산다’와 생명보험의 구원자들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국내 생명보험 고객들은 소멸성인 정기보험보다 원금을 생각하는 저축성 기능을 먼저 생각한다. 종신보험 가입고객의 가장 큰 불만이 20년 이상 걸리는 원금회복 기간과 기대보다 낮은 중도해지 환급액이다. 종신보험 3년 계약유지율이 50%~60% 수준이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보험료 비싼 종신보험 가입자의 절반은 3년 내에 해지환급금이 원금에 훨씬 못 미치는 허탈함을 맛본다는 뜻이다. 그동안 위험보장 받은 것으로 위안을 삼지만 보험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 판매시 설명이 부족했다는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감독원 민원건수 최상위를 항상 오르내린다. ‘나 혼자 산다’가 대세인 세상, 1인가구 750만 시대(전체 34.5%)에 일반종신보험이 잘 팔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

Perspective 2023.12.20

122세에 사망한 잔 칼망의 종신 월급, 그리고 종신 보험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최근 송년모임에서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에 유익한 정보를 담은 귀한책(결정지능, 안재현 지음)을 선물로 받았다. ‘좋은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인용된 잔 칼망(Jeanne Calment)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뉴욕타임즈 기사(1997.8.5)를 보면서 생명보험사의 종신상품이 문득 떠올랐다. 프랑스 남부 아를(Arles)의 한 요양원에서 122세로 사망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아주 특별한 할머니 이야기에 나오는 ‘역모기지(Reverse Mortgage)’ 계약에 관한 내용이다. 잔 칼망은 90세 되던 1965년 본인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사망시 양도하는 조건으로 변호사인 라프레(Andre-Francois Raffray)와 매월 2500프랑(..

Perspective 2023.12.12

[CFO 리포트] 금융회사 CEO의 자리

하마구치 다카노리(‘사장의 일’ 저자)는 ‘사장 10계명’의 첫번째 계(戒) 로 ‘눈이 내리는 것도 내 책임’이라 생각하라고 했다. 업종이나 규모에 상관 없이 여느 회사 사장이든 그 자리는 ‘극한직업’ 임에 틀림 없다. 손해보험사 사장들은 겨울 철 함박눈이 결코 반갑지 않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름철 장마철에는 침수 차량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코로나 시국에 감기환자와 병원 찾는 환자가 줄어들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감소로 경영실적이 개선되는 행운도 있다. 전지구적 환경과 기후변화를 두고도 걱정들이 태산이다. 세상의 경영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뜻대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에 늘 노심초사한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영향으로 나타난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

Perspective 2023.12.04

[CFO 리포트] 금융의 역진성과 은행 종 노릇 논란

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2022년 국내 6대 시중은행과 6개 지방은행이 벌어들인 순이자이익은 대략 37조원이다. 2021년말 대비 21.7%(6.6조원) 증가한 것이다. 원화예수금 1460조원, 자기자본 145조원을 조달하여 원화대출 1393조원, 유가증권 382조원을 운영하여 얻은 결과이다. 2023년 상반기 순이자이익도 전년동기대비 9.7% 증가한 19조원으로 집계되었다. 금년말 전망도 전년수준 이상의 순이자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2.1% 증가), 2020년 (마이너스 0.4%) 등 역사적 저금리 국면으로 진입하던 특이 상황을 제외하면 2015년 이후 국내 일반은행들의 순이자이익은 대략 8~10% 내외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의 순이자이익 증가..

어바웃 C/CFO 2023.11.14

[CFO 리포트] 독점지대와 디지털보험사의 미래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가장 좋아하는 투자대상 기업이 경제적 ‘해자’(垓子, moats)를 가진 기업라고 했다. 이들 기업이 ‘독점지대(Monopoly Rent)’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경제적 해자는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 다수 시장 참여자들의 경제활동으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를 경제적 해자를 가진 일부 그룹이 독식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해자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각종 허가, 면허, 특허 등의 규제가 대표적이다. 압도인 자본력과 기술력 차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플랫폼 비지니스에서 창출되는 정보의 독점과 비대칭, 네트워크 효과도 경제적 해자를 자연스럽게 구축한다. 공동체 구성원 다수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를 경제적 해..

카테고리 없음 2023.10.30

반복되는 금융위기와 중위험 중수익의 소환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세상만사의 유일한 변수는 시간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반영된 플로우(Flow) 개념의 ‘변화, 과정, 생명’과 관련이 깊은 말이다. 100 퍼센트 ‘완벽, 절대, 완성’ 이라는 말은 시간이 멈춘 스톡(Stock) 개념의 ‘정지, 결과, 죽음’을 의미한다. 살아 움직이는 세상 모든 일은 플로우 개념으로 봐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금융위기도 마찬가지이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금리는 돈 값이다. 금리 변동 추이는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금리가 경제 상황의 가늠자인 것이다. 2000년 1월 9%로 출발한 한국채권시장 대표금리 국고채 3년물이 2007년 10월 5%대에서 코로나 팬더믹 와중인 2020년 ..

Perspective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