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첫 조 단위 ‘대어’로 꼽힌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이 희망밴드(14만7000원~20만원) 상단을 초과한 25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에이피알이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향후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공모가를 25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당초 에이피알이 제시한 공모 희망가격 밴드 (14만7000원∼20만원) 최상단을 초과한 금액으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 역시 1조8961억원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총 공모 규모는 947억5000만원에 달한다.
에이피알에 따르면 지난 2~8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약 2000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663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의 97% 이상이 공모가 상단 혹은 상단 초과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6만원 이상의 금액을 기입한 기관들도 약 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피알은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을 진행한 뒤 이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며, 하나증권이 공동주관을 맡았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이사는 “에이피알의 기술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알아 봐주신 많은 기관 투자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투자자들께 선보인 중장기적 비전 실현에 힘쓰고 진화된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으로 에이피알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 에이피알의 성장 가능성
에이피알이 이처럼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140억달러(한화 약 18조6000억원)에서 2030년 898억달러(한화 약 119조4000억원)로 급증한다. 연평균 성장률은 26.1%에 달한다. 이는 해당 시장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태동 단계로서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을 선점한 에이피알의 성장 모멘텀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에이피알은 지난 2021년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을 론칭하고 뷰티디바이스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누적 판매대수 168만대를 기록한 에이지알은 출시 2년 만에 국내 시장점유율 32%를 차지하며 에이피알을 국내 1위 사업자로 이끌었다. 이에 힘입어 에이피알 역시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매출액은 메디큐브 에이지알 출시 전인 2020년 2199억원에서 2022년 3977억원으로 80.9% 뛰었다. 지난해 연간 가결산 매출액은 5223억원에 달한다.
팬데믹 당시 피부 클리닉 시술이 가정의 영역으로 확대할 것이란 판단 아래 1가구 1디바이스의 가능성에 주목한 에이피알은 에이지알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선제적으로 트렌드에 대응해 왔다. 화장품 산업이 오프라인 방문 판매에서 온라인 판매로 재편된 가운데 자사몰을 활용한 소비자직거래(D2C, Direct to Consumer) 사업 모델을 구축해 놓은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에이피알은 2014년 설립 당시부터 자사몰 마케팅을 강화하며 독립 판매 채널에 힘썼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이피알의 자사몰 매출 비중은 55%로 홈쇼핑(13%)이나 기타 이커머스(10%)를 크게 웃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자사몰 누적 가입자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그만큼 제품 구매 시 타 브랜드와 비교하지 않고 에이피알 제품을 선택하는 충성고객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에이피알은 D2C 구조를 통해 고객의 피부 미용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제품 밸류체인을 내재화할 수 있었고, 이는 중간 유통 수수료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이날 공모가 확정에 앞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를 통해 “에이피알이 10년 연속 단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사몰 중심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다.
에이피알은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할 947억원가량을 R&D와 생산 공장 증설, 마케팅에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향후 글로벌 1위 뷰티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에이피알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7개국에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액은 1387억원으로 전체의 37.3%를 차지했다. 국가별로 미국(27%), 중국(20%), 일본(18%), 홍콩(17%) 순이다.
김 대표는 “에이피알은 미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선도시장 진출을 완료해 성장하고 있으며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잠재력이 큰 유럽, 중남미, 동남아 지역에도 빠르게 진출할 계획”이라며 “프랑스와 베트남은 자회사를 통해 직접 진출하고 태국, 영국, 인도 등은 기업간거래(B2B) 수출을 통해 빠르게 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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