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KDB생명의 매각가로 거론되는 2000억원에 더해 추가 자본 투입이 필요한 재무적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과거 생명보험사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KDB생명 인수에 참여한 점이 석연찮다는 반응도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KDB생명 인수 포기 의향을 KDB칸서스밸류PEF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KDB칸서스밸류PEF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출자해 설립한 사모펀드로, KDB생명 지분 92%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7월 KDB생명 매각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실사를 진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실사를 진행한 후 지난달 내로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실사는 예상보다 길어져 이달까지 진행됐다.
한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KDB생명 실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진 데다, 재무적인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딜 무산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돌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인수를 포기하면서 "하나금융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매각가로 거론되는 2000억원에 더해 인수 이후에 투입돼야 할 자본 등 재무적인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정설로 여겨지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DB생명의 올 상반기 지급여력(K-ICS)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 67.5%를 기록했다. 건전성 기준 적용을 유예하는 '경과조치'를 신청했음에도 지급여력비율이 140.7%에 불과해 암묵적인 관리지표인 150%에는 한참 미달한 상황이다.
여기에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생보사 매물이 많다는 점도 인수를 포기한 이유로 꼽힌다. 현재 생보사 매물은 동양생명, ABL생명 등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보험사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KDB생명 인수 후 비용과 더불어 기존 생명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과의 시너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KDB생명의 K-ICS 비율이 100%로 개선되려면 약 8000억원 가량 자본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팽배했던 만큼 추가 자본 투하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KDB생명 인수 무산으로 확인된 하나금융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동양생명이 차기 인수 대상으로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양생명의 올 상반기 K-ICS 비율은 162.5%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보다 높은 데다, 상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면 보장성보험 연납화보험료(APE)가 31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가량 성장했다. 연납화보험료는 초회보험료를 연단위로 환산한 값으로, 신계약 실적과 연결돼 영업 지표로 활용된다. 또 보장성 포트폴리오가 탄탄할 수록 보험사 미래이익으로 여겨지는 CSM(보험계약마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양생명이 그간 저축성 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고수해온 KDB생명보다 매력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모습이다. 하나생명도 지주 계열 생명보험사 특성상 저축성 위주로 상품 포트폴리오가 짜여져 있어 인수 후 보장성 포트폴리오가 강화되는 게 적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매각 입찰 당시에는 우량한 매물을 인수했던 타 금융지주의 사례를 고려하지 않다가 이후 시장의 우려가 쏟아지자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후 보험 계열사의 순익 기여도가 높아진 상황이며, 신한지주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건전성 개선 등 화학적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은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8월에는 142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지난달 22일에도 12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하나금융지주의 자본확충 부담을 줄여 주려했다. 산은이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하나금융의 부담을 줄여주려고 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융지주들이 우량 보험사를 인수한 것과 달리 KDB생명은 인수 후 비용을 따져봤을 때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섰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 후에도 지주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뜻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다정 기자 yieldabc@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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