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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체제' 효성 재무전략 키맨 '김광오 부사장'

Numbers 2023. 10. 17. 14:57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효성본사 사옥(사진=효성그룹)


2020년 11월 효성캐피탈 매각을 끝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모두 마친 효성이 본격적인 계열사 재무관리에 나섰다.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효성화학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키로 하면서 계열사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덩달아 효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광오 부사장의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효성의 CFO는 재무전략에 있어 공격과 수비 능력을 겸해야 하는 자리로 평가받는다. 2000년 초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다수의 인수합병(M&A)을 펼치며 계열사를 늘렸고, 그 이후에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적극적인 자금조달책을 펼쳐야 했으며, 계열사 확대에 따라 높아진 재무 부담도 관리해야 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이달 13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화학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의결했다. 이 자리에는 사외이사 6명까지 모두 참석했다. 안건은 이사진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효성은 효성화학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500억원을 출자하고 그 대가로 효성화학의 신주 60만1685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출자일은 오는 23일로 예정됐다. 효성 관계자는 "효성화학의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진행되는 유상증자"라고 말했다.

효성의 효성화학 출자 개요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번 유상증자는 효성이 본격적인 계열사 재무관리에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효성은 지난 5년간 계열사 출자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핵심 계열사 가운데 그동안 현금을 출자한 곳은 효성벤처스 정도다. 효성화학과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굿스프링스에 대한 지분율은 5년째 동일한 상황이다.

효성화학은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 8937%에 달하는 부실 자회사다. 베트남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영업손실이 지속됐으며 이를 차입금으로 메꾸면서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에 효성화학은 지난달 표면이자율 8.3%에 스텝업 조항이 포함된 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효성이 효성화학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500억원을 투입하게 된 배경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자금 지원 성격을 띄고 있다는 건 세부적인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실제 효성과 효성화학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 가격 할인율을 0%로 책정했다. 통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을 정할 때 관행적으로 10%~30% 정도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조금 더 저렴하게 신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가격 메리트를 주는 것이다. 할인율이 0%라는 건 효성이 비용부담을 감내하더라도 효성화학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효성화학 투자를 이끌고 있는 키맨은 CFO인 김광오 부사장이다. 1964년 12월생인 김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근무했던 인물이다. 1997년부터는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7년 상무, 2012년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2016년 3월 효성그룹으로 영입된 김 부사장은 합류하자마자 재무본부장 역할을 시작했다. 그는 진흥기업과 공덕경우개발, 갤럭시아디바이스, 효성티앤에스 등 다수 계열사의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효성의 효성화학 출자 개요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김 부사장은 2017년부터 약 1년간 진행된 효성그룹 지주사 전환 작업을 주도하며 명성을 떨쳤다. 당시 효성은 인적분할을 통해 효성화학(화학), 효성티앤씨(무역), 효성중공업(중공업), 효성첨단소재(산업 자재) 등을 사업자회사로 신설했다.

그는 이후 2020년 효성캐피탈 매각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가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었던 만큼 효성캐피탈 매각은 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단계였다. 효성은 효성캐피탈을 매각해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이슈를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총 3752억원의 유동성도 확보했다.

업계는 효성화학을 시작으로 효성의 계열사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계열사 재무관리를 위한 체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효성의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844억원, 2021년 1692억원, 2022년 1866억원이다. 총 4402억원, 연평균 1467억원이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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