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이 웰컴캐피탈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최종 관문인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딜 클로징은 연말에서 연초가 될 전망이다. 올해 초 수협은행 측이 2분기 중 소규모 인수 합병을 목표로 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지연된 일정이다. 시장에서는 수협은행의 웰컴캐피탈 인수가 늦어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과 웰컴캐피탈의 SPA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웰컴캐피탈은 웰컴자산운용의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수협은행이 웰컴캐피탈 인수를 성공하게 되면 웰컴캐피탈과 함께 웰컴자산운용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인수금액은 1000억원 안팎이 거론된다.
SPA 체결 이후 웰컴캐피탈의 지분을 인수키로 한 수협은행은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을 신청해야 한다. 업계는 수협은행이 금융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편입 승인에 큰 결격 사유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위 승인이 2개월 안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내 딜 클로징까지는 시간이 다소 촉박할 전망이다.
당초 수협은행은 올해 2분기까지 금융지주사 인가 신청 요건 충족을 위한 비은행 자회사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최소 요건 구비가 완료된 3분기부터 금융지주사 설립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수협은행의 계획은 상당 부분 늦춰진 것이다.
M&A 지연됐던 까닭은?... ‘건전성 vs 포트폴리오 확장’ 딜레마
잠시 계획이 지연됐던 까닭은 수협은행과 웰컴금융그룹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던 탓이다. 수협은행 측은 웰컴캐피탈, 웰컴자산운용의 부실채권들을 웰컴금융그룹의 웰컴저축은행에 다 이관하고 순자산만 인수하고 싶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웰컴금융그룹 측은 이에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현재 웰컴캐피탈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금융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웰컴캐피탈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PF 관련 대출규모는 2206억원(기업일반대출로 포함된 브릿지론 포함)으로 영업자산의 53.2%에 달한다. 이 중 본 PF 대출과 브릿지론은 각각 자기자본 대비 84.3%, 127.8% 수준인 877억원과 1329억원이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목표로하는 수협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사 전환시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자본 건전성 지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재 수협은행 자체로서도 자본 건전성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협은행의 올해 2분기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은 13.62%다. 규제 수준인 10.5%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평균(16.8%) 대비 3~4%포인트(p) 낮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대출이나 지급보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비율이 낮을수록 자본이 취약한 은행으로 평가된다.
수협은행이 유관기관 해양수산부가 있던 만큼 권리에 대한 조율 등도 M&A 일정이 지연된 까닭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는 수협은행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며 “그러나 유관기관 해양수산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웰컴캐피탈) 권한 조율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에 대해 협의를 본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양사의 SPA 체결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내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합의 봤다”면서 “구체적으로는 부실채권을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웰컴캐피탈은 기업대출 등의 기업금융을 주축으로 투자금융 등 사업을 하는 종합 여신전문 금융회사다.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배틀그라운드 게임으로 유명한 크래프톤, 골프 플랫폼인 스마트 스코어 등이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2억원, 순이익은 27억원을 기록했다.
웰컴자산운용(옛 에셋원자산운용)은 공모주 펀드 특화 운용사로 유명하다. 자기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206억원이며 운용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00억원이다. 2022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8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증시와 IPO(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되며 91%가량 줄어든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웰컴금융그룹 측은 웰컴캐피탈과 웰컴자산운용의 오랜 실적 부진으로 매각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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