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 중인 CJ그룹의 지주사 CJ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CJ CGV의 1조원 자본확충 계획이 법원의 불인가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자회사 재무부담으로 꾸준히 시장의 관심을 받아온 CJ 입장에서 CJ CGV의 자본확충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절실한 과제였다. 그러나 예상밖의 암초에 부딪치면서 CJ 내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양상이다. CJ는 항고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CJ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고 있는 키맨은 강상우 재무운영실장과 안승준 재무전략실장이다. 강 실장은 2018년 말 재경실장(현 재무운영실장)으로 CFO에 오른 이후 잇따른 조직개편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 실장은 올해 하반기 중간 인사를 통해 새로 선임됐다. 두 CFO가 자회사 재무불안으로 시작된 CJ그룹의 재정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CJ CGV 재무구조 개선 셈법 복잡해진 CJ
25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CJ CGV에 현물출자하는 것과 관련해 10월 4일 서울서부지법에 항고장을 제출한 이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CJ는 CJ CGV의 1조 자본확충 계획의 일환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00% 가치를 4444억원으로 평가해 CJ CGV에 현물출자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4153억원 수혈도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법원 측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를 4444억원으로 평가한 감정보고서에 대해 “객관성이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CJ 관계자는 “항고장을 제출한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CJ 입장에서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 CJ CGV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053%에 이른다. 부채가 자본의 10배를 넘는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이 6212억원이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은 표면상 이자율 5.5%지만 2년 후 2%, 3년후부터는 해마다 0.5%씩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붙어 있다. 당장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갚아야 할 빚으로 돌변한다.
요약하면 CJ CGV는 장단기적으로 재무건전성이 불안한데 당장 1조원 자본확충이 절반만 완료된 상황에서 제동이 걸리며 급한 불조차 끄기 어려워진 셈이다.
이번에 CJ 측의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CJ올리브네트웍스 현물출자 가액을 조정해야 한다. 그 외에 CJ CGV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방도가 없다. CJ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상반기 별도기준 167억원에 불과하다. CJ 또한 CJ CGV의 재무부담을 온전히 떠안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제일제당 출신 두 CFO, 한숨 돌릴 묘수 있나
자회사 재무관리는 1차적으로 해당 회사의 CFO 몫이다. 그러나 CJ의 경우엔 다소 상황이 다르다. CJ CGV의 재무부담이 온전히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 그룹의 해결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CJ CGV의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은 만큼, 현재 기사회생 열쇠를 CJ의 CFO가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CJ에서 현직 CFO 역할을 수행 중인 강상우 재무운영실장은 CJ제일제당을 거친 인사다. 2011년 7월 CJ 사업팀에서 CJ제일제당 재경실로 자리를 옮겨 재무관리 역량을 쌓았다. 2018년 11월 부사장 승진과 동시에 현재 위치에 올랐다. 이후 강 실장은 몇번의 그룹 조직개편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2018년 3월 취임한 김홍기 대표의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 새 CFO 역할을 맡게 된 안승준 재무전략실장도 강 실장과 마찬가지로 CJ제일제당을 거쳤다. 시기는 다르지만 같은 재경실에서 근무했다. 2020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상무대우로 승진했으며 올 초 CJ 재무전략실로 넘어왔다가 하반기 중간인사를 통해 현재 자리에 올랐다. 기존 재무전략실장이었던 신종환 실장은 재무경쟁력강화TF로 이동했다.
비교적 최근에 CJ에 합류한 안 실장은 시작부터 강도 높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다. 재무전략실은 자금운용과 조달, IR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해 왔다. 반면 재무운영실은 재경실 시절부터 회계, 세무 등 대내 업무를 전담했다. 이 관점에서 비춰봤을 때 CJ CGV의 자금조달 또한 안 실장에게 더욱 크게 주어진 임무라고 볼 수 있다.
두 CFO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CJ의 추가 현금 유출없이 CJ CGV의 지배력을 쥐고 자본확충까지 마무리하는 것이다. 지배력 약화 없이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윈윈하는 방안이다. 다만 현물출자 방안이 막힌 상황에서 또 다른 묘안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시선이 좋지 않기는 했지만 (CJ올리브네트웍스라는)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안은 적어도 CJ 입장에선 베스트였다”며 “다른 방안이라고 하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가치를 하향 조정해 현금을 동원하는 방법 정도가 있을 텐데 이 경우 현금 지원이 어느정도 가능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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