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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와퍼 단종' 마케팅 논란에 숨은 비케이알(BKR) 매각 시나리오

Numbers_ 2024. 4. 1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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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와퍼 단종' 마케팅 논란에 숨은 비케이알(BKR) 매각 시나리오

국내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BKR)이 최근 대표 메뉴 '와퍼'를 단종하겠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쓴 비케이알의 의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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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이 최근 대표 메뉴인 와퍼를 단종하겠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비케이알 경영권 매각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버거킹 와퍼 이미지.(사진=버거킹 홈페이지 캡처)


국내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BKR)이 최근 대표 메뉴 '와퍼'를 단종하겠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쓴 비케이알의 의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1년 버거킹 사업권 매각이 무산된 바 있는 비케이알이 매각을 재추진하기 위해 수익성을 확대고자 '와퍼'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버거킹은 매출 규모는 작아졌음에도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매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다.

 

버거킹의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

 

12일 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와 전용 앱 등을 통해 '2024년 4월 14일 와퍼 판매를 종료합니다'라는 게시글을 공지했다. 와퍼는 버거킹코리아가 1984년 종로 1호점을 오픈한 이후 40년 간 판매를 지속해온 대표 제품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이후 버거킹이 와퍼의 '리뉴얼'을 시사하는 안내글을 다시 올리면서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 와퍼를 리뉴얼해 새 와퍼를 출시하려는 계획을 '단종'이라고 표현해 대중의 관심을 끈 것이다.

앞서 버거 브랜드가 노이즈 마케팅을 실시한 사례는 있었다. 2020년 롯데리아가 폴더버거를 출시하기 위해 '롯데리아 버거 접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영상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2022년 맘스터치는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을 벌였으나 '애미'라는 표현이 어머니를 비하하는 뉘앙스로 비칠 수 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업계에선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은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 지난해 8년 만에 역성장

 

그럼에도 버거킹이 노이즈 마케팅 전략을 취한 것은 매각 때문이다. 국내서 버거킹을 운영하는 회사는 '비케이알'로, 비케이알은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의 100% 자회사다. 어피니티는 2016년 VIG파트너스로부터 한국과 일본 버거킹 경영권을 2100억원에 인수했다. 

버거킹 인수 이후 비케이알의 매출은 2016년 2531억원에서 2022년 7574억원으로 3배 가까이 커졌다. 이 기간 버거킹은 맥도날드, 롯데리아와 함께 국내 3대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수익성은 원가 상승과 가격 인상이 반복되며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비케이알의 영업이익은 2016년 107억원 → 2017년 14억원 → 2018년 89억원 → 2019년 181억원 → 2020년 81억원 → 2021년 248억원 → 2022년 78억원을 기록했다.

버거킹은 지난해 와퍼를 포함한 제품 가격을 평균 2% 인상하며 매출 원가율을 2022년 38.4%에서 35.9%로 줄였고, 2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하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지난해 8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비케이알의 지난해 매출은 7453억원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햄버거 시장 확대에 편승하고자 슈퍼두퍼, 파이브가이즈, 파파이스 등 신규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진입한 탓에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 9600억원에서 지난해 약 5조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가절감 위한 와퍼 리뉴얼?

 

비케이알의 모기업인 어피니티는 9년 째 버거킹 경영권을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사모펀드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점이 5년인데 적정 시기를 한참 넘긴 셈이다. 앞서 어피니티는 2021년 버거킹 사업권 매각에 나섰으나 금리 인상 여파로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자 매각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금융투자 업계에서 매긴 버거킹 추정 매각가는 7000억원~1조원 수준이었다.

어피니티는 2022년 1월부터 버거킹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 기간 버거킹의 추정 매각가도 6000~7000억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과 햄버거 시장 경쟁 과열로 매출 성장을 기대하지 못한다면, 수익성 확대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매출 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대표 메뉴인 와퍼 리뉴얼은 반드시 필요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리뉴얼 과정에서 확실한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대중의 관심도를 집중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버거킹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어피니티에게는 수익성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 와퍼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선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와퍼를 출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끌어올리면 리뉴얼 과정이 빠르게 전개되고 알려진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le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