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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의 역대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는 ‘재무통’들이 선임돼 왔다. 대부분이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에서 시작했으며 경리, 재무 관련 부서에서 일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GS칼텍스는 CFO 자리에 미래사업 전문가 최우진 전무를 선임하면서 변화를 택했다. 오너 4세인 허세홍 대표이사 체제에서 신사업 분야의 성과를 시급히 창출해 차기 승계구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GS칼텍스는 1967년 설립된 호남정유가 모태다. 1996년 LG정유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2004년 LG그룹에서 GS그룹이 계열분리되면서 이듬해 GS칼텍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역대 GS칼텍스의 CFO에는 나완배, 박흥길, 엄태진, 유재영, 최우진 등 5인이 재직했다.
GS칼텍스의 재무실은 초창기 재무본부로 시작했다. CFO는 재무본부장이 맡았으며 산하에 경리부문, 자금부문, 회계부문 등 부문장들이 CFO를 보좌하는 구조였다. 재무본부는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가 회사의 등기이사에 올라선 이듬해(2017년)에 재무실 구조로 개편됐다. 재무본부장 역시 재무실장(CFO)의 명칭으로 바뀌었으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완배→박흥길→엄태진→유재영…재무실서 쌓은 인연
GS칼텍스는 GS그룹의 모태 사업이자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 기업이다. GS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크며 그룹에서 위상이 높다. 그룹 내 독보적인 계열사인 만큼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는 재무실은 순혈주의가 강하다. 역대 CFO들 대부분이 GS칼텍스에 입사해 장기간 근속해왔다. 또 이들 대부분은 줄곧 재무, 경리 관련 부서에서 일하며 연을 쌓아왔기 때문에 선후배 관계도 끈끈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초대 나완배 CFO는 1977년 GS칼텍스 관리부에 입사해 2000년부터 2005년 말까지 기획 및 재무본부장(부사장)으로 재무본부를 이끌었다. 당시 재부본부 산하에는 박흥길 경리부문장(상무), 엄태진 관리부문장(상무) 등이 재직했다. 이후 나 CFO는 GS칼텍스 정유영업본부장(사장), GS에너지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역임하게 된다.
나 CFO가 정유영업본부장(사장)으로 올라선 뒤 2006년부터는 박흥길 CFO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박 CFO는 1969년 GS칼텍스에 입사해 줄곧 재무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재무본부장에 올라선 시기에는 엄태진 경리부문장, 박용우·윤길상 자금부문장 등과 합을 맞췄다.
2011년 엄태진 경리부문장이 재무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재무본부를 이끌게 됐다. 재무본부 산하에는 윤길상·김영광 자금부문장, 고승권 경리부문장 등이 거쳐갔다. 이후 2016년 유재영 GS EPS CFO가 엄태진 재무본부장 산하 경리부문장으로 합류했다.
엄태진 재무본부장과 함께 일했던 박용우는 2012년 GS에너지의 초대 CFO로, 윤길상은 2016년 GS EPS의 CFO로 이동한다. 엄태진 재무본부장은 2018년 GS스포츠 대표이사로 이동해 2020년 공식석상에서 물러났다.
2018년 재무실을 이어받은 유재영 CFO는 순혈 GS칼텍스 출신이 아니다. 1995년 LG전자에 입사해 LG회장실 재무팀, ㈜GS 사업지원팀 부장, GS EPS 경영지원부문장(CFO) 등을 거쳐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유 CFO는 GS칼텍스 출신은 아니지만 GS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유 CFO 체제에선 김병훈 회계부문장, 오용석, 세무부문장, 문정윤‧백형선 자금부문장 등이 거쳐갔다. 이중 김병훈 회계부문장은 감사실장으로, 오용석 세무부문장과 문정윤 자금부문장은 회사를 떠났다. 2023년 말 인사를 통해 우임경 자금부문장(상무)이 새롭게 선임됐다. 유 CFO는 GS파워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GS칼텍스의 재무실은 감사실과도 밀접한 영향이 있었다. 2009년 박용우 자금부문장이 감사실장으로, 2012년 윤길상 자금부문장이 감사실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2017년부터는 GS엠비즈 출신 인사들이 감사실장을 맡았다. 2023년 김병훈 회계부문장도 감사실장으로 이동했다.
재무통 대신 ‘미래사업’ 전문가…경영승계 지원사격
2024년부터는 최우진 GS칼텍스 CFO가 재무실을 책임지게 됐다. 최 CFO는 정통 재무통은 아니다. 고려대학교 금속공학 학사‧석사를 수료했으며 회사의 신사업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그간 GS칼텍스의 CFO 선임 전례로 봤을 때 차기 CFO는 유 CFO와 합을 맞췄던 내부 인물, 혹은 GS그룹 차원의 재무통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럼에도 최 CFO가 갑자기 선임된 배경으로는 GS칼텍스의 신사업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 CFO는 1997년 GS칼텍스에 입사해 GS칼텍스가 미래 사업을 구상하던 초기 시기인 2020년 회사의 미래전략TF장(상무)을 맡았다. 이후 2021년 GS칼텍스 미래전략부문장, 2022년 미래사업개발부문장, 2023년 전략기획부문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재무 관리보단 회사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업무를 주로 해왔던 인물이다.
정유사업은 석유류 제품 및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공급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며, 설비건설과 사업구축에 대규모 자본투자가 요구되는 전형적인 장치산업이다. 또 국제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업황의 사이클 폭이 크다. GS칼텍스도 에너지 전환 시대에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자동차, 물류허브 등 비정유 신사업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내년 준공을 목표로 5만톤 규모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5년 가동 목표로 인도네시아 바이오원료 정제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는 GS그룹의 차기 경영권 승계 후보 중 한명으로 꼽힌다. 최 CFO의 선임 배경 역시 최근 정유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진 영향이 크다.
특히 신사업은 GS그룹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꼽는 과업이다. 2022년부터 신사업 공유회를 열고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사장단이 모여 계열사 간 사업 역량을 결합하는 방안을 공유하고 있다. 신사업에서의 경영 공과가 차기 승계 구도에서 유의미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 CFO의 과제는 GS칼텍스의 신사업을 발굴하고 새로운 수익원으로 안착시킴과 동시에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정유업계 특성상 업황 변동 폭이 크며, 신규 투자에 대규모 투자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유연한 자금 배분과 자금 조달 능력이 관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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