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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내홍]②빛바랜 성장 비결 '멀티레이블'

Numbers 2024. 4.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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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내홍]②빛바랜 성장 비결 '멀티레이블'

하이브의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경영권 찬탈’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들여다봤다.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갈등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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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경영권 찬탈’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들여다봤다.

 



하이브 자회사 어도어 소속 가수 그룹 뉴진스(위)와 또 다른 자회사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아래).  /사진= 하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갈등을 지속하며 '멀티레이블' 시스템 운영 능력의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브는 레이블로 부르는 자회사 11곳의 자율경영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 시도 의혹을 부인하며 하이브 레이블 중 하나인 빌리프랩이 어도어의 콘텐츠를 모방했다고 지적했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과정에서 멀티레이블 체제의 균열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멀티레이블은 하이브가 고속성장을 이룬 주요 방법이다. 하이브는 지난해 자산총액 5조3457억원을 기록해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 지정을 앞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는 매년 5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이는 해당 기업이 공정위의 강도 높은 감시를 받을 만큼 시장 지배력을 갖췄다는 방증이다. 다만 공정위는 "하이브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시스템 도입 취지로 '음악적 다양성 구축'을 강조했다. 각 레이블마다 개성을 갖추고 소속 가수·배우를 배출해 하이브의 전체 사업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하이브는 쏘스뮤직·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등 기존 레이블의 지분을 사들이고 어도어 등 신규 레이블을 설립했다. 이 결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1781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성장했다. 멀티레이블 체제로 소속 가수가 많아져 음반·음원 매출원이 늘고 대규모 공연을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결과다.

하지만 경영권 찬탈 혐의를 둘러싼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공방, 레이블 간 모방 의혹으로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 대표는 빌리프랩이 어도어의 콘텐츠를 모방해 음악적 다양성 도모라는 멀티레이블의 취지가 흐려졌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빌리프랩은 지난 3월 가수 그룹 아일릿을 데뷔시켰다. 어도어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대표가 18%를 각각 보유했다. 어도어는 2022년 민 대표가 기획·총괄한 가수 그룹 뉴진스를 내놓았다.

민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일릿이) 우리(뉴진스)의 제작 포뮬러(공식) 자체를 너무 모방했다"며 "이럴 거면 멀티레이블을 왜 했냐"고 반문했다. 아일릿의 안무·사진·영상·헤어 등이 뉴진스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하이브는 이를 부인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민 대표의 일방적 주장일 뿐 표절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릿이 3월 데뷔할 때 (뉴진스를 따라했다는 말이) 잠깐 나왔지만 활동을 지속할수록 두 그룹의 콘셉트가 너무 명확히 다르다는 의견이 중론이 됐다"며 "지속해서 제기되는 표절 의혹은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고 전문가 집단에서 얘기가 나온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레이블 경영·관리 문제가 하이브의 해외 사업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이브는 미국과 일본에 각각 2개, 멕시코에 1개 레이블을 두고 멀티레이블 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다. 하이브는 2021년 완전 자회사 하이브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레이블 이타카홀딩스를 1조515억원에 인수했다. 이타카홀딩스에는 세계적인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비버가 소속됐다. 하이브아메리카는 지난해 미국 힙합 레이블 QC뮤직을 약 30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하이브레이블즈재팬과 네이코(NAECO)를 레이블로 뒀다. 


윤상은 기자 eu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