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中에 '속수무책' 당한 LG화학, '탈 석·화' 포트폴리오 전환

Numbers 2024. 5. 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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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속수무책' 당한 LG화학, '탈 석·화' 포트폴리오 전환

LG화학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중국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 1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LG화학은 중국이 장악한 범용 석유화학사업 비중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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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청주공장 전경. /사진 제공=LG화학


LG화학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중국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 1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LG화학은 중국이 장악한 범용 석유화학사업 비중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신사업 위주로 사업 구조를 바꾼다는 방침이다. 비교적 탄탄한 재무 체력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한층 폭넓은 투자를 단행할 전망이다.


'중국발 경기침체·에틸렌 공급 과잉' 이중고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2021년 영업이익이 4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사 영업이익의 80%에 달하는수치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사업부가 됐다. 석유화학 부문의 2023년 영업적자는 약 1430억원에 달한다. 올 1분기에도 312억원 손실을 냈다.

석유화학사업은 일반적으로 전방산업(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산업)의 경기변동에 따라 수요 변동 폭이 결정된다. 특히 LG화학의 수익성은 세계 최대 수입 시장인 중국의 경제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운송과정이 복잡한 석유화학제품의 특성상 세계시장이 대륙별로 블록화된 데다 중국을 대체할 만한 거대시장이 부재하다.

여기에 중국은 2020년부터 생산설비 대규모 증설을 통해 자국 내 석유화학 자급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중국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2년 말 기준 4600만톤으로 글로벌 1위 수준이다. 에틸렌을 비롯한 프로필렌 및 PX 등 주요 품목별 자급률 또한 100%에 근접 또는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국이 덤핑(물품이 정상가 이하로 수입되는 것) 공세로 경기 부진에 따른 에틸렌 재고 물량을 한국으로 밀어내며 고전하는 상황이다.

결국 LG화학의 석유화학사업이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석유화학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은 필수다. 2분기 중국 경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연거푸 나오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경기 판단의 선행지표인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근 50을 넘어서며 2023년 5월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PMI는 통상 50을 넘으면 경기확대, 50을 하회할 때는 경기축소를 의미한다. PMI는 1년 넘게 기준선을 밑돌다 지난 4월 이후 경기확대 국면을 이어갔다. 서비스업과 건설업을 포함한 비제조업 PMI도 51.2를 기록했다. 

 

'친환경·배터리 소재·신약' 투자 …재무구조 개선 사력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자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친환경 비즈니스,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도 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무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4조원 중 1조4000억원은 회사채 및 외화자금으로 마련했으며 나머지는 추가적인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성장 투자를 위한 외부 차입이 늘었다는 건 위기 요인이다. LG화학의 작년 말 순차입금은 1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나 예금 등 현금성자산을 뺀 값으로, 기업의 재무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LG화학 재무 현황. /자료 제공=LG화학 IR Book


LG화학의 순차입금은 △2019년 말 6조4931억원 △2020년 말 6조3038억원 △2021년 말 10조9403억원 △2022년 말 7조4522억원 △2023년 말 12조7861억원 등 매년 증가 추이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순차입금은 불과 1년 사이 5조원 이상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7.9% 포인트 상승한 89.2%를 기록했다. 부채총계는 같은 기간 30조4927억원에서 36조5285억원으로 약 6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재무건전성이 소폭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LG화학은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고 차입 상환과 자산 매각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자금 조달 측면에서 영업현금 창출 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상황"이라며 "외부 차입 외에 지난해 이뤄진 IT필름, 진단사업 매각처럼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입 부담과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3대 신성장동력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2월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설비 투자를 예고한 데 따른 차입금 등 재무 부담을 고려한 판단이다. 지난해 LG화학의 에비타(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은 약 3.2배로 2022년 2.4배 대비 상승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