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미래에셋 해외 부동산 리스크] 독이 된 마천루 사냥, 이번엔 투르마중가·페어몬트·와이키키

Numbers_ 2024. 5. 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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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해외 부동산 리스크] 독이 된 마천루 사냥, 이번엔 투르마중가·페어몬트·와이키키

미래에셋증권이 2조원 넘는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로 인해 올해 1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영업외 비용 누적으로 익스포저 관리 역량이 요구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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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이 2조원 넘는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로 인해 올해 1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영업외 비용 누적으로 익스포저 관리 역량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해 4분기에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인식하면서 118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 순손실이 반영되면서 연간 순이익도 337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고유계정 활용 펀드 투자 '지분법손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당시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해보면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투자목적자산 관련 손실은 약 3500억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상에서도 영업외비용 중 투자부동산 손상차손 금액을 1797억원으로 반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유계정(PI)을 활용해 미래에셋자산운용(멀티에셋자산운용과 합병)이 설정한 부동산 펀드를 통해 해외 부동산 투자를 진행해왔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했던 해외 부동산의 평가가치가 하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가 큰 회사 중 한 곳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를 2조원으로 추산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부동산의 대부분이 상업용 오피스임을 알 수 있다.

/사진=미래에셋증권 4분기 사업보고서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투자 부동산의 자산가치에 손상이 발생했다. 또 투자 펀드의 지분 가치가 하락하면서 영업외비용으로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지난해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을 대거 인식해 올해는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손실 반영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증권 1분기 실적 예상 리포트를 통해 "해외대체자산 관련 비용이 축소돼 이익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되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여전히 실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1조2000억 투르마중가 투자 펀드 '반토막'

 

올해도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로 인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평가손실로 지목되는 주된 투자 자산은 프랑스 투르마중가와 미국 페어몬트호텔, 하와이 하얏트리젠트와이키키호텔 등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손상차손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1호' 관련 자산인 텍사스 시티라인리처드슨빌딩 4개동은 지난해 말 매각이 마무리됐다.

올 1분기 미래에셋증권 해외 부동산 손실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산은 '멀티에셋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6호' '멀티에셋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6-1호'를 통해 투자한 투르마중가다.

투르마중가는 파리의 부도심인 라데팡스 중심가에 위치한 건물이다. 193m 높이로 완공 당시 프랑스에서 네 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2개 펀드를 활용해 프랑스 특수목적회사(SPC)인 OPPCI마하중가홀딩스(Mahajunga Holdings)에 투자했다. 이후 절세 목적으로 또 다른 SPC인 SCI마하중가를 통해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 두 펀드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OPPCI마하중가 지분율은 97.46%다.

2019년 6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호, 6-1호 펀드의 자산총액은 각각 3579억원, 1100억원이었다. 약 3500억원에 투르마중가를 매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두 펀드의 총자산 규모는 1756억원, 506억원으로 매입 당시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미래에셋증권의 매입가는 850만유로(약 1조2467억원)였다. 대출을 제외한 에쿼티의 자산 가치가 절반가량으로 쪼그라든 만큼 해당 부동산 가치도 매입 당시보다 크게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두 차례(3·4분기) 투르마중가 관련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르마중가 외에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미국사모부동산투자신탁6-2호'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미국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7호'를 통해 각각 투자한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하와이 하얏트리젠시와이키키호텔의 손실 가능성도 존재한다.

엔데믹 이후에도 호텔투자펀드의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은 두 펀드에서 각각 440억원, 77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6-2호 펀드의 자산총액은 968억원, 7호 펀드는 4828억원이다.

2016년 미래에셋증권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6-2호 펀드의 자산총액은 1489억원이었다. 당시보다 500억원 이상 자산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2020년 초부터 약 3년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자산가치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

미래에셋증권은 2015년 페어몬트호텔을 4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생명과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페어몬트호텔 에쿼티 투자를 단행했다. 나머지 자금은 현지 대출로 조달했다.

2016년에는 하와이 하얏트리젠시와이키키호텔에 투자했다. 당시 7억8000만달러에 호텔을 인수해 3억8000만달러를 미래에셋증권과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을 통해 마련했다.

7호 펀드의 자산총액은 2016년 3613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4828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이 2021년 이 펀드에 약 1673억원을 추가 출자했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분기보고서에 표시된 펀드의 자산총액은 5871억원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7호 펀드의 순자산가치(NAV) 손실 금액은 280억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