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K방산 재무점검] KAI, 호황 속 영토확장…투자부담 감당할까

Numbers_ 2024. 5.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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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재무점검] KAI, 호황 속 영토확장…투자부담 감당할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 거둔 영업이익은 2022년 연간 실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FA-50의 폴란드 수출이 시작되면서 영업수익성이 급격히 좋아졌다. 군수 부문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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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공군 요구도를 적용한 초음속 경공격기 FA-50 그래픽 형상. /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 거둔 영업이익은 2022년 연간 실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FA-50의 폴란드 수출이 시작되면서 영업수익성이 급격히 좋아졌다. 군수 부문 매출을 바탕으로 올해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실적에 기반을 둔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며 1년 만에 1조4000억원가량의 현금이 사라진 데다, 수주 확대에 따른 CAPEX(자본적 지출)도 만만치 않다.

 

호실적 배경 '안정적 수주'

 

KAI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399억원, 영업이익 48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1%, 147.5%씩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6월부터 폴란드 수출이 시작된 FA-50의 높은 수익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FA-50은 KAI가 개발·생산하는 다목적 경공격기다. 2022년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 12대는 지난해 하반기 모두 인도됐다. 실제 KAI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조5100억원, 영업이익 154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까지 2개 분기에 걸쳐 시현한 영업이익(2023억원)은 2022년 연간 실적(1416억원)을 상회한다.

 


실적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25년부터 폴란드의 FA-50 본격적인 인도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우즈베키스탄, 이집트 등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전쟁을 둘러싼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KAI의 수출 영토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김형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군수 부문 매출, FA-50 수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과 양호한 영업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안보 위협에 따른 완제기 수요 확대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KAI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3조7684억원으로 잡았다. 남은 3개 분기 동안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자신감은 누적 수주잔고에서 나온다. KAI의 올해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21조2718억원으로 2022년 3분기이후 꾸준히 20조원대를 유지해 오고 있다. 2020~2021년은 코로나19에 따른 완제기 수출 협상 지연으로 수주실적이 부진했지만 이후 폴란드와의 FA-50 공급 계약(2022년 9월), 말레이시아와의 FA-50 공급 계약(2023년 2월)이 이어지면서 수주잔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FCF 적자 기록…유동성 발목 잡을까

 

문제는 KAI가 앞으로 발생할 지출 부담을 감당할 체력이 있느냐다. KAI는 수출이 늘어날 때 물자 대금과 제품 생산 준비 등 지출 비용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회사는 KF-21, LAH(소형무장헬기) 등 대규모 체계개발 사업을 민관공동투자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데, 사업에 투입되는 개발비의 10~20%를 프로젝트 참여기업의 자체 투자를 통해 조달하고 있어 자금소요가 만만치 않은 편이다. 여기에 KF-21 양산 등에 대비한 군용기, 추가 설비 투자도 예정돼 있다. 이에 따른 예상 CAPEX는 연간 4000억원 정도다.

이미 KAI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875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FCF가 마이너스(-)라는 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이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보다 적다는 의미다. 따라서 외부 자금조달 필요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기간 현금성자산은 2조1897억원에서 7601억원으로 65%가량 쪼그라들었다.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탓에 차입 부담도 커졌다. KAI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636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현금성자산 감소 규모가 차입금 감소 규모를 웃돌면서 -1조370억원의 순차입금이 -1233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전체 차입금 가운데 60% 이상인 4036억원이 1년 내 만기되는 단기차입금으로 유동성 관리 부담이 적지 않은 모양새다.


다만 신용평가업계는 KAI의 재무건전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의 현금창출력과 시장지위 등을 감안할 때 투자자금 소요에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권혁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각종 개발 및 양산사업 관련 투자 확대 등에 따라 향후 자금조달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개선된 현금창출력과 정부로부터의 안정적인 선수금 수령 등을 고려할 때 재무안정성은 양호하게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