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롯데케미칼의 현금흐름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돈줄이 급속히 말라붙고 있다. 기업의 유동성을 가리키는 지표인 잉여현금흐름(FCF)도 2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 것이다.
관건은 ‘재무’다. 2년 사이 차입금이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외부 조달을 늘린 결과다. 석유화학업계의 업사이클이 찾아오기 전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현금흐름 지표 '트리플 역성장'
롯데케미칼은 미·중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금리 인상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발 공세에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7626억원, 3477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고부가가치 제품의 부재가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등 올레핀 계열 기초유분 생산에 주력해 왔는데 이는 석유화학업계에서 ‘범용제품’으로 분류된다. 범용제품은 중국 중심의 공급과잉과 수요 위축 영향이 컸던 탓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현금창출력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년 동안 잉여현금흐름(FCF)과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 내부순현금흐름(ICF) 등 대부분의 현금흐름 지표에서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지표들의 의미를 요약하면 롯데케미칼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곳간 사정이 빠듯해졌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조단위를 유지해왔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2022년과 2023년 각각 3948억원, 6342억원으로 낮아졌다. 2022년의 경우 운전자본 투자를 제외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102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운전자본 투자를 조정해 NCF가 7443억원의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재고자산과 매입채무를 4000억원가량 회수하면서 현금흐름을 방어한 것이다.
그러나 투자에 따른 비용부담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NCF가 흑자였던 작년에도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금을 뺀 FCF는 -3조912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FCF가 마이너스(-)라는 건 영업활동현금흐름 부진으로 외부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자연히 FCF에서 영업자산·투자자산의 처분 등을 뺀 ICF와 ACF 등 나머지 지표도 악화됐다.
불황 속 차입부담 가중, 건전성 방어 가능할까
더 큰 불안요소는 재무구조다. 롯데케미칼은 현금흐름 악화에도 투자를 늘렸다. 2022년 인도네시아 석화단지 구축사업,
GS에너지와의 합작사(롯데GS화학) 설립 등 전방위적 투자를 진행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친환경 사업에 2030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 일환으로 2023년 3월 일진머티리얼즈(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장비, 토지, 건물 등 물리적 유형자산 투자금을 나타내는 CAPEX만 보더라도 2021년 7753억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 2조6000억원, 2023년 3조6458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고스란히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에 따른 지출 비용을 외부 조달로 대응하면서 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2021년 3조6658억원에서 2022년 6조3247억원, 2023년 10조141억원으로 2년 만에 2.7배 늘었다. 이 중 1년 안에 만기되는 단기차입금은 총차입금의 절반에 가까운 약 4조1699억원이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도 6조1002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하고 무차입 경영이 끝났다.
물론 롯데케미칼의 재무건전성이 위태로운 상태는 아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2023년 말 기준 각각 65.5%, 29.9%로 여유가 있다. 통상 시장에서는 부채비율 200% 미만, 차입금 의존도 30% 미만을 안정권으로 본다. 회사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으로 우량기업으로 분류된다. 다만 현재 차입금 증가세를 고려하면 업황이 좋아지기 전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을 영업현금창출, 대여금 회수, 지분 매각 등으로 자체 충당하며 재무안정성을 제어하면 신용도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투자 부담을 대응하지 못하면 차입금의존도 등 레버리지 지표가 상승하면서 신용등급 유지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재무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 호조' NHN의 고민 '非게임' (0) | 2024.05.13 |
---|---|
한국투자금융지주, 자회사 한국투자캐피탈에 5000억 줬다 뺏은 배경은 (0) | 2024.05.10 |
[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인수] 한앤컴퍼니서 9년의 세월, 한온시스템은 쇠락했다 (0) | 2024.05.09 |
빚더미 허덕이는 효성화학, 갈길 먼 재무 안정화 (0) | 2024.05.09 |
[K방산 재무점검] KAI, 호황 속 영토확장…투자부담 감당할까 (0) | 2024.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