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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이 결국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품에 안겼다. 2021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후 3년여 동안 새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궁여지책으로 기존 주주들 중 전략적투자자(SI)로 불리던 한국타이어에 최종 매각된 셈이다.
짚어봐야 할 점은 지난 9년간 기록된 한온시스템의 재무적 행적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새로운 대주주를 만나지 못한 것은 물론 매각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때 뒷걸음질했다.
지난 10년간 경영 과정에서 재무구조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한데, 한국타이어는 이 때문에 여러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온시스템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온시스템은 2013년 포드가 비스테온 공조 부문을 분리해 한라공조와 합병한 후 출범한 한라비스테온공조가 모태다. 2015년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함께 인수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재무는 건전한 수준을 유지했다.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2014년말 94%, 2015년말 92.2%로 100% 아래에 머물렀다.
인수 이후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부족한 자금은 외부 조달로 해결하는 등 부채가 증가했다. 2014년 말 연결기준 총 차입금은 4014억원이었는데 이후 대진유니텍 자동차공조사업부 인수 1200억원, 통상임근 이슈로 공탁금 500억원 지급 등으로 2016년 말에는 6461억원으로 증가했다.
한온시스템은 특히 2018년 마그나(Magna) 그룹의 ‘FP&C(Fluid Pressure & Controls)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데 무려 1조3813억원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대규모 차입을 진행했다. 우선 2018년 11월 양수자금 마련 차원에서 60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여기에 IFRS16 조기도입으로 리스부채가 1088억원 증가했다. 그해 말에 차입금은 1조6719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듬해 또다시 차입을 진행했다. 여기에 FP&C 사업을 회계상 연결로 인식해 차입을 반영한 탓에 더욱 증가했다. 이에 2019년 말 차입금은 2조7339억원까지 늘었다.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2016년 말 1조9748억원에서 2017년 말 2조881억원, 2018년 말 3조2241억원으로 급등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02.8%에서 151.2%를 거쳐 203.0%까지 오르면서 순식간에 위험 수위를 돌파했다.
한번 200%를 넘긴 부채비율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20년 말 248.6%, 2021년 말 232.5%, 2022년 말 283.9%로 뛰어올랐다. 그나마 지난해 말에는 268.5%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연간 이자비용은 2022년부터 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현금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문제는 사업 확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각종 비용과 배당 등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연결기준 매출액은 매년 증가하며 볼륨을 키웠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해당 기간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2021년 4.4%에서 2022년 3%, 2023년 2.9%로 하락세를 보였다. 당기순이익은 2021년만 하더라도 3107억원이었지만 2022년 267억원, 2023년 589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을 보였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 진입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를 지속하는 상황이다. 이에 배당의 원천이 되는 잉여현금흐름(FCF)도 2022년 마이너스(-) 2532억원, 2023년 -2159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1월 정기평정에서 재무구조 개선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용등급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신평사들은 각종 투자와 자본적 지출(CAPEX), 배당 등으로 재무 부담이 여전하다며 자체 창출 현금을 통한 차입금 감축 수준은 당분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한온시스템의 재무 악화는 경영진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조원대 대형 M&A 인수를 비롯해 헝가리 공장 증설, 미국 현지 시설투자 등을 진행하면서 덩치를 키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차입을 진행한 탓에 각종 비용 증가로 부담을 키웠다. 결국 2021년 매물로 내놓았음에도 3년간 원매자를 찾지 못했고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타이어도 사업 시너지 창출에 앞서 재무구조 개선이 선제적 과제로 남았다. 한온시스템 재무를 연결회계로 반영함에 따른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 구조에서 이같은 고민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경영권 인수에서 한온시스템 구주 1억3345만주, 신주 6514만4960주를 양수한다.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를 놓고 결국 자본금 지원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한온시스템은 증자 목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꼽았고 발행금액 3651억원 가운데 2000억을 채무상환에 쓰겠다고 명시했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행한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3조1338억원에서 인수 이후 9조8697억원으로 급등한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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