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빚더미 허덕이는 효성화학, 갈길 먼 재무 안정화

Numbers_ 2024. 5. 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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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허덕이는 효성화학, 갈길 먼 재무 안정화

효성화학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재무적 체력이 나날이 고갈됐다. 알짜 사업부인 특수가스사업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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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효성화학


효성화학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재무적 체력이 나날이 고갈됐다. 알짜 사업부인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매각까지 추진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재무구조 안정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편중된 포트폴리오·베트남 법인 실적 부진

 

효성화학의 주요 제품은 폴리프로필렌(PP), 테레프탈산(TPA), 삼불화질소(NF3) 가스, PET 필름 등이다. 이 중 핵심 제품은 PP다. PP는 2023년 연결기준 전체 매출액의 약 61%를 벌어들이며 효성화학 전체 수익성을 견인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PP 122만톤 규모 생산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국내 대형 화학기업들이 신증설 투자에 적극 나서며 PP시장은 구조적 공급과잉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효성화학 '캐시카우'가 과거 마진 수준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에쓰오일은 2018년 하반기부터 연 40만톤 규모의 PP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SK어드밴스드와 폴리미래의 합작법인(JV)인 울산PP는 2021년 연 40만톤 규모의 PP공장을 신규 건설했고 상업가동을 개시했다. 한화토탈은 2020년 말 충남 대산공장에 연 40만톤 PP 생산설비 증설을 완료했다. 

자회사의 손실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 '효성 비나 케미칼(Hyosung Vina Chemicals Co Ltd)'은 대규모 자금 소요로 잉여현금흐름상 자금 부족을 이어갔고 모회사와 마찬가지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베트남법인은 '액화석유가스(LPG)-탈수소공정(DH)-프로필렌-PP'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글로벌 사업이다. 효성화학은 2021년 12월 부로 베트남 법인 투자를 마쳤지만 설비 가동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정밀점검과 보수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왔다. 그 결과 베트남 공장은 부채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데다가 올 1분기까지도 적자를 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디케이트 론(여러 금융사가 구성하는 집단대출) 상환 일정이 시작되며 현금소요가 늘어났다. 현재 남아있는 신디케이트론 잔액은 7억달러(약 9700억원) 규모다.

 

알짜사업부 매각 괜찮나

 

자회사 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수익성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며 효성화학은 2022년 3367억원, 2023년 1888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2022년 연결기준 결손금은 2714억원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전환했고 2023년에는 6210억원으로 결손금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재무 부담도 커졌다. 2021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09.5%로 당시에도 이미 높은 수준이었지만 1년 만인 2022년 말 2631.8%로 5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4934.6%로 무려 5000%에 육박했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효성화학이 영업손실 누적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내렸다.

다만 효성화학 측은 "차입금 대부분을 1금융권서 조달하고 은행 수시 차입가능 한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창출되는 영업이익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유동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며 "차입금의 절대적인 규모 대비 상환에는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효성화학은 고성장 유망 사업으로 꼽히는 특수가스사업부의 지분 매각에 나섰다. 특수가스사업부는 효성화학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제품인 NF3를 생산하는 알짜 사업부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NF3 제품 영업이익률은 약 12%에 달한다.

효성화학은 해당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할한 뒤 지분을 최대 49%까지 매각해 5000억원가량을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성공적으로 성사된다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NF3을 기반으로 하는 특수가스시장은 반도체 제조공정 고도화에 따라 높은 성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회사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