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메모리 침체 건넌 삼성전자, 순현금 확대 기조 전환

Numbers_ 2024. 5. 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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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침체 건넌 삼성전자, 순현금 확대 기조 전환

메모리반도체 시장 침체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삼성전자의 순현금이 다시 확대 기조로 전환됐다. 현금 유출을 일으키던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흑자로 전환하며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금융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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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시장 침체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삼성전자의 순현금이 다시 확대 기조로 전환됐다. 현금 유출을 일으키던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흑자로 전환하며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금융자산 일부를 유동화했다.

반도체 시장의 반등으로 삼성전자 역시 경영 실적이 개선되고 순현금 수준도 지속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지난해 침체를 견디며 불어난 차입금 정상화는 숙제가 될 전망이다.

순현금은 재무제표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자산 등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값으로 기업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순현금은 올해 1분기 말 81조8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79조7200억원) 대비 개선됐다. 삼성전자의 순현금이 직전 분기보다 증가한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116조3600억원까지 쌓였던 순현금은 지난해 1년간 25조원 이상 증발했다. 반도체 시장이 유례없는 불황을 겪으며 곳간에 들어오는 현금이 줄어든 반면,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지속하면서 현금 유출 규모는 그대로 이어진 결과다.

1분기 현금과 단기금융자산 등을 합한 액수는 97조3928억원, 차입금은 15조5042억원으로 나타났다. 차입금은 전분기 대비 21.79% 불어났지만, 현금 등이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하면서 전체 순현금은 증가로 전환했다.

삼성전자 재무상태 요약. '현금 등'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의 총액. /자료 제공=삼성전자


순현금 확대 기조를 이끈 결정적인 요인은 경영 실적의 정상화와 금융자산의 매각이다. 반도체 사업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순이익이 소폭 증가한 가운데 약 4조원 규모의 장기금융상품을 매각하면서 투자활동 현금흐름의 유입이 발생했다. 주로 위험회피수단인 파생상품 등으로 구성된 기타금융자산이다. 삼성전자의 기타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14조2943억원에서 올해 1분기 11조5596억원으로 줄었다.

당장 현금흐름에 숨통이 트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는 D램을 중심으로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기대된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수익성도 전년 대비 큰 폭의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57조원을 기록한 지난해 대비 줄어든 40조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그동안 쌓은 차입금과 미지급금을 정리하는 작업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분기 10조원 규모였던 차입금은 현재 15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은 전분기 총 9조6345억원으로, 대부분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금액이다. 장기차입금은 3조8615억원으로 집계됐다. 단기차입금이 전분기 대비 30%가량 늘어난 반면 장기차입금 규모는 큰 차이가 없다.

자회사와 관계사 등에 돌려줘야 할 돈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빌린 20조원 규모 차입금은 내년 8월 만기 된다. 삼성전자의 곳간 여유가 없다면 만기일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연간 9600억원 규모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받지 못한 공사미수급 대부분은 올해 1분기 중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 평택캠퍼스,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축 등으로 작년 말 1조2000억원에서 58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