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오리온 부사장은 그룹 임원 중 가장 많은 국내 계열사에 몸담고 있다. 허인철 부회장의 오른팔이자 신세계 출신 ‘재무통’으로 주력 사업인 제과는 물론, 음료와 바이오 등 신사업에도 관여한다. 식품 업계에선 보기 드문 '고마진'을 유지하며 수익 창출에 기여한 박 부사장은 어느덧 오리온의 안살림을 직간접적으로 감독한 지 9년 차에 접어들었다.
22일 오리온홀딩스를 비롯한 계열사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박 부사장은 현재 국내 오리온그룹 5개 사업장(공동법인 포함)에서 겸직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 경영지원팀장 부사장(CFO)과 오리온 지원본부장 부사장을 주축으로 오리온제주용암수 및 오리온농협 감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허 부회장의 ‘믿을맨‘으로서 박 부사장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직책에서 박 부사장은 오리온그룹의 재무관리와 경영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외부 인사임에도 그룹의 곳간지기를 맡을 수 있었던 건 10년째 전문경영인으로 오리온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 부회장에게 오랜 기간 신임을 얻은 데 있다. 둘은 신세계 시절부터 인연이 깊다.
박 부사장과 허 부회장은 1999년부터 호흡을 맞췄다. 박 부사장이 재직 중이던 신세계 경영지원실(현 경영전략실)에 허 부회장이 경리팀장으로 오면서다. 박 부사장은 2011년 허 부회장이 경영전략실 사장으로 승진한 뒤 2012년 이마트 수장 자리에 앉을 때까지 10년 넘게 허 부회장을 보필했다. 이후 허 부회장은 2014년 오리온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듬해 곧바로 이마트 재무담당 상무로 재직하던 박 부사장을 불러들였다.
박 부사장은 허 부회장의 부름에 응답해 2015년 오리온 재경부문장 전무로 적을 옮겼다. 오리온에서 박 부사장이 허 부회장과 또 한번 합을 맞춘 업무가 오리온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다. 2017년 오리온이 지주사 오리온홀딩스와 사업회사 오리온으로 인적 분할할 당시 박 부사장이 재무 총괄을 담당하며 허 부회장을 서포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무통‘으로서 면모를 드러낸 박 부사장은 오리온홀딩스 출범과 함께 경영지원부문장을 겸했고, 2020년 지금의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주력 사업 오리온 중심으로 신사업에도 뻗친 영향력
오리온은 그룹의 근본이자 돈줄이다. 그룹 내 매출 비중은 90%를 웃돈다. 박 부사장은 오리온이 사업회사로 신설된 이후 연간 4000억원 안팎의 풍부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유지하며 재무건전성을 다졌다. 부채 비율은 박 부사장 취임 전인 지난 2014년 109.1%에서 지난해 말 27.8%까지 낮아졌다. 2020년부턴 차입금보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더 많이 비축하면서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했다. 순차입금비율은 2020년 마이너스(-) 7.1%에서 2021년 (-)13.9%, 지난해 (-)19.55%까지 지속 감소했다. 올해 3분기까지는 (-)10.3%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 기간 영업이익률을 15~16% 내외로 유지하며 수익성을 제고한 점도 눈에 띈다.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16.9%에서 2021년 15.8%, 지난해 16.2%로 집계됐다. 올 3분기에는 18.4%에 달했다. 제품 자체 상품력을 바탕으로 원가 절감에 집중한 영향이다. 통상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이 4~5%대인 것을 감안하면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달성한 셈이다.
다만 박 부사장이 겸직하는 계열사 중 오리온제주용암수와 신설법인 오리온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박 부사장은 지주사 CFO로서 이들 계열사의 자금 조달이나 투자 집행 등 전반적인 재무 관리를 관장하고 있다. 두 계열사는 아직 적자 경영이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매출 없이 3분기 누적 순손실 2억9500만원을 냈다. 초기 시장 진입 전략을 짜는 단계로 오리온홀딩스가 바이오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망은 밝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에만 총 99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며 해외 합작법인까지 포함하면 바이오산업 전체에 투입금액만 441억원 규모다. 또 최근엔 합작사 하이센스바이오와 충치 치료제 및 일반 제품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관련 기술 특허 실시권을 국내에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오리온제주용암수는 자본 잠식에 빠진 상태다. 지난 2016년 오리온 자회사 편입과 동시에 박 부사장이 감사로 있는 오리온제주용암수는 2019년 ‘에비앙’, ‘피지’ 등에 맞서 사명을 바꾸고 생수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올해까지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오리온제주용암수의 현종훈 대표이사는 수석부장 직급으로 회사에 상무 이상 직급은 없다. 박 부사장의 책임이 보다 강화된 이유다.
지난해 오리온제주용암수의 매출은 125억6030만원으로 전년(151억6332만원) 대비 1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44억7972만원을 기록해 전년 (30억2662만원) 대비 48% 늘었다. 당기순손실 역시 60억1570만원으로 46% 불어났다. 다만 올해는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3분기 누적 순손실은 23억1900만원으로 작년(32억8100만원) 보다 30.3%개선을 이뤘다. 이 기간 매출도 127억원으로 전년(104억원)과 비교해 22.1%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리온이 제과 사업뿐만 아니라 음료, 바이오 등의 신사업 분야에서도 외형을 넓히고 있다"며 "박 부사장의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 있는 기업들인 만큼 박 부사장이 제과 사업 성과를 이 분야에서도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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