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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등 실패로 시가총액 경쟁사에 크게 뒤져
지방금융 위기 시중은행 전환으로 타개 전략
무리해 ‘메기’ 역할 하다 뒷감당 어려울 수도
1963년 전국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은 부산은행과 함께 지방은행을 대표하는 1등 은행이었습니다. 부침은 있었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 달라졌습니다. 2011년 지방은행 계열 금융지주 출범 이후 시가총액은 늘 BNK-DGB-JB금융지주 순이었습니다. 자산규모나 영업권역 등을 봤을 때 부산이나 대구에 비해 호남 기반의 JB금융이 뒤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여기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2020년 초 JB금융 시총이 처음으로 DGB금융을 앞섭니다. 2021년 잠깐 재역전되기도 하지만 JB금융의 우위는 고착화되고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집니다. 6월 초 현재 지방금융지주의 시총 순위는 JB금융(2조7526억원)이 1위이고 다음이 BNK금융(2조6701억원) DGB금융(1조3718억원) 순입니다.
DGB금융 황병우 회장이 시중은행 iM뱅크가 출범하는 아주 바쁜 시기에 10일부터 미국에 가서 직접 해외투자가를 대상으로 IR을 하고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일시적일 수 있지만 JB금융은 지난달 시가총액에서 만년 1등 BNK금융마저 추월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DGB금융 시가총액이 JB금융의 절반에 그치는 최하위로 밀렸나요?
이건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은 절대 아닙니다. 우선 DGB금융은 대형화·합병 전략에서 실패했습니다. 2013년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경남은행을 놓고 DGB금융은 BNK금융과 경쟁하다가 1조2000억원 넘는 가격이 무리라고 판단해 포기하고 맙니다. BNK금융이 경남은행을 가져갑니다. 돌이켜 보면 이게 패착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JB금융은 이듬해 전북은행보다 몸집이 큰 광주은행을 인수합니다.
두 번째는 경영의 실패입니다. 2019년부터 JB금융을 이끌고 있는 김기홍 회장은 엄청난 성과를 낸 데 비해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DGB금융을 끌어온 김태오 회장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물론 DGB금융의 쇠락은 김태오 회장 탓만은 아닙니다. 전임 박인규 회장의 책임이 더 큽니다. DGB금융은 박인규 회장 시절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이 크게 분열됐고 안타깝지만 그 상처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박인규 회장의 뒤를 이은 하나금융 출신의 김태오 회장은 대대적 쇄신작업과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의 업적을 보였지만 제일 중요한 영업력 면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단적으로 올 1분기 JB금융의 순이자마진은(NIM)은 3.26%인데 비해 DGB금융은 2.02%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주력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은 3년째 부동산 PF 부실에 발목이 잡혀 그룹에 큰 부담을 줍니다.
지방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지방경제 침체는 곧바로 지방은행의 쇠락과 지방은행 계열 금융지주의 위기를 의미합니다. 특히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최하위로 전락한 DGB금융이 느낄 위기감이 가장 클 것입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위기 타개책입니다.
경쟁상대인 BNK금융의 빈대인 회장이 지적했듯이 지방경제가 활력을 잃고 지역 인구는 고령화되고 감소하는 현실 앞에서 대구은행은 생존을 위해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카드를 던진 것입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금융산업은 애초에 규제산업이고 독과점 산업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유독 금융산업의 독과점 해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마침내 은행산업의 경쟁력 촉진을 명분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발표했습니다. 그 첫 수혜자가 DGB금융입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기존의 독과점 체제를 깨고 은행 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해줄 새로운 시중은행을 원하는 윤석열 정부와 지방은행으로서는 더 이상 앞날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위기 탈출을 위해 뭐든 해야 하는 DGB금융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계기로 이름부터 iM(아이엠)뱅크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계열사들도 하이투자증권은 iM증권, DGB생명은 iM라이프생명, DGB캐피탈은 iM캐피탈 식으로 바뀝니다. 작명은 잘한 것 같습니다.
황병우 DGB금융 회장 겸 iM뱅크 행장은 시중은행이 되면 영업구역 제한이 사라지는 만큼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권으로 영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간 영업점을 14개 신설하고 비대면 채널을 고도화하며 외부 플랫폼과의 제휴도 확대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새로 출발하는 시중은행 iM뱅크는 디지털 접근성이나 비용 효율성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강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중소기업금융이나 지역밀착금융 노하우 같은 지방은행의 장점도 갖춘 뉴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입니다.
iM뱅크 황병우 행장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DGB금융 황병우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듯이 iM뱅크를 기존 은행 산업의 과점체제를 깨부수는 메기로 만들 수 있을까요?
전망은 대단히 비관적입니다. 금융업 특히 은행업은 브랜드 비즈니스입니다. 대구·경북지역에 특화된 지방은행에서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고 하루아침에 고객이 몰려오지 않습니다.
비대면 채널 강화나 디지털화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훨씬 잘하고 특히 인재들이 여기로 몰립니다. 그 결과 단적으로 지난해 5개 지방은행의 요구불예금 평균잔액은 25조원 수준인데 비해 인터넷은행의 요구불예금 평잔은 43조원이나 됩니다. 이미 게임이 끝났습니다.
지방은행의 살길은 시중은행 전환이 아니라 JB금융의 김기홍 회장이 전북·광주은행을 통해 보여줬듯이 지역밀착형 니치마켓 전략을 추진하고 고마진 자산획득에 주력하는 것 외에 달리 방안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황병우 DGB금융 회장은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스승 같고 아버지 같은 존재인 김태오 전 회장이 아니라 경쟁자인 JB금융의 김기홍 회장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JB금융은 지방금융계에서는 메리츠금융과 같은 존재입니다.
정부당국도 DGB금융과 iM뱅크에 메기로서의 역할을 너무 과하게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지금과 같은 극심한 불황기에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계기로 과도하게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다가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고전 ‘주역’에는 ‘지림무구’(至臨无咎) 말이 나옵니다. 모든 일을 지극한 정성으로 처리하니 허물이 없다는 뜻입니다. iM뱅크 황병우 행장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말입니다.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JB금융의 김기홍 회장도 했는데 DGB금융과 황병우 회장이라고 못할 게 없습니다. 대구은행은 외환위기 시절 대형 시중은행들이 쓰러질 때도 공적자금 지원 없이 살아남은 저력 있는 은행입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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