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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맨' 이도윤 노란우산 CIO, 변화없는 안정형 투자전략

Numbers 2023. 11. 27. 07:46

 

중소기업중앙회 공제사업을 담당하는 노란우산공제회는 최근 수년간 급격한 운용자산 확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기관투자자(LP)다. 2019년 약 12조원 수준이던 운용자산은 지난해 21조원에 근접하며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변동성이 낮은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안정성을 중심으로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회의 투자 영토확장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이도윤 자산운용본부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다. 이 본부장은 20여년간 채권 등 자산운용의 길을 걸어온 베테랑이다. 그 중 8년을 CIO로 지냈다. 올해 6월 노란우산공제회 CIO 1년 연임이 확정되면서 향후 행보에도 더욱 이목이 쏠린다.


민간 운용업계 채권맨 역량 밑거름, 채권 투자 두각

 

1964년생인 이 본부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고 1990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투자신탁 채권운용본부에서 펀드매니저와 채권운용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3년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2015년 말까지 채권운용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이 본부장은 한국투자신탁과 삼성자산운용에서 쌓은 채권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10월 경찰공제회의 CIO로 선임됐다. 경찰공제회 출범 이후 첫 외부인사 출신 CIO, 연임에 처음으로 성공한 CIO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4년 동안 경찰공제회 CIO로 지내면서 2조원대였던 운용자산을 70%가량 늘린 바 있다. 화려한 이력 덕에 다른 연기금·공제회가 새 CIO를 뽑을 때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이 본부장이 노란우산공제회로 둥지를 옮긴 건 지난 2021년 5월이다. 당시에도 그의 CIO 부임은 노란우산공제회 역사상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본적으로 내부 육성·승진을 인사 정책으로 전개해 왔고, 산하기관인 노란우산공제회도 그 기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노란우산공제회에 오기 전 2020년 운용자산은 14조5182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 20조5443억원까지 확대됐다. 2년의 재임기간 운용자산을 40% 이상 늘린 것이다. 이 본부장은 이 같은 운용 실적을 인정받으며 올해 6월 연임에도 성공했다. 국내 주요 공제회에서 잇따라 연임권을 얻으며 연기금·공제회 CIO로선 흔치 않은 기록을 남겼다.


수비형 장기 투자…고금리 시대 안정적인 채권 활용법

 

이 본부장의 투자철학은 안정적인 장기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민간 자산운용사에 근무할 때부터 한결같이 ‘바이 앤 홀드(Buy and Hold)’ 전략을 고수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바이 앤 홀드는 채권이나 주식을 매입한 뒤 단기간에 엑시트(투자금 회수)하지 않고 길게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금리가 상승해도 고이자율 채권을 매입해 자금 회수 기간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실제 노란우산공제회는 은행권 신종자본증권도 열심히 주워담았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이고 협의에 따라 더 늘릴 수 있어 영구채로도 불린다. 다만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단위로 중도상환권(콜옵션) 조건이 붙어 만기 전에 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발행사에게 부여된다. 노란우산공제회는 지난해 신한금융과 KB금융, 우리금융의 7년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 수요예측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금리가 상승하는 스텝업(Step-up) 조건이 포함돼 있어 발행사 입장에선 다소 부담이 있는 채권으로 꼽힌다. 다만 투자자로선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콜옵션 주기에 상환할 가능성도 높아 수익성과 안정성이 어느정도 담보된다. 아울러 노란우산공제회가 투자한 신종자본증권은 ‘AAA’ 신용등급을 지닌 은행권이 발행한 것이다 보니 제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염려도 거의 없다. 이 본부장의 안정형 위주의 투자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고민 깊어진 CIO, 대체투자 힘싣는다

 

노란우산공제회는 최근 들어 대체투자에도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노란우산공제 발전방안’을 살펴보면 노란우산은 대체투자 비중을 올해 28%에서 오는 2025년 3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 목표 수익률을 3.6%에서 4.2%로 상향해 2027년까지 5% 수익률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 본부장의 적잖은 고민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근 다소 낮아진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란우산공제회 올해 계획된 투자 비중은 △채권 52.4% △대체투자 28% △주식 16.6% △단기자금 3%로 채권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채권 투자수익률은 지난해 0.29%로 2~3%대를 유지했던 예년 대비 떨어졌으며 주식 투자수익률이 -17.28%로 결과적으로 -1.88%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인해 회비 지급율이 높아지고 그 이상의 수익률이 보장된 채권을 찾기가 마땅치 않아지면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이나 주식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체투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채권 투자가 여의치 않아졌는데 대부분 이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이 시기에는 수수료가 높은 대신 리스크 관리가 되는 대체투자가 안정성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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