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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철의 M&A 나침반] 야놀자의 상장 전략

Numbers 2024. 6. 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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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철의 M&A 나침반] 야놀자의 상장 전략

현실적으로 직상장 어려워…ADR 발행 통한 상장 유력'밸류업 프로그램' 힘 입어 기업가치 제대로 평가받아야야놀자가 기업공개(IPO)를 미국에서 추진할 계획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야놀자가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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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직상장 어려워…ADR 발행 통한 상장 유력
'밸류업 프로그램' 힘 입어 기업가치 제대로 평가받아야


야놀자가 기업공개(IPO)를 미국에서 추진할 계획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야놀자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중 어느 곳을 선택해 상장할 지가 주요 관심사이면서 동시에 야놀자가 시도하는 상장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야놀자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직상장을 하기보다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한 상장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에 직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본사, 즉 모회사를 미국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플립(FLIP)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플립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 후에 한국 법인의 주주가 보유한 주식과 해외 법인의 신주를 교환하는 주식교환 방식 등을 통해서 해외 법인이 한국 법인의 모회사가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플립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해외에 설립되는 해외 법인의 주식과 한국 스타트업의 주식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가 한국 스타트업을 설립할 때 주식의 가치(보통 액면가)보다 훨씬 높은 가치로 주식을 교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산정되는 양도 차액의 약 20%를 양도소득세로 납부하게 된다. 

이 경우 창업자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할 수 있다. 야놀자가 이번 IPO를 통해서 최대 90억달러의 기업 가치 평가를 받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야놀자 한국 법인의 주주들은 적어도 수십억원 이상의 양도 소득세를 부담할 수 있어 플립을 통한 직상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야놀자는 직상장을 하기 보다는 ADR이라는 방법을 통해 상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ADR을 이해하기 전에 주식예탁증서(DR)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특정기업이 해외 증권 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주식 발행 및 유통상의 문제를 고려해 원주(原株), 원주식은 본국에 소재한 금융기관에 보관하고 예탁기관이 원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증서를 발행하게 되는데 해당 증서가 바로 DR이다. 

위와 같이 발행된 DR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방법으로 상장이 이뤄진다. 미국에서 발행된 DR이 ADR, 유럽에서 발행된 DR이 EDR, 미국이나 유럽 등 복수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된 DR이 GDR(Global DR)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ADR 종목으로 대만의 TSMC, 중국의 알리바바 등이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은 쿠팡, SK텔레콤, KT, 한국전력공사,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이 있다. 이중 쿠팡만 뉴욕증권거래소에 직상장을 했고 나머지 기업은 대부분 ADR 방식으로 상장했다. 

ADR의 경우 발행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의무가 있는지 여부, 상장 및 자금조달 여부 등에 따라서 △Unsponsored DR △Sponsored Level I ADR △Sponsored Level II ADR △Sponsored Level III ADR △Rule 144A ADR로 나뉜다. 

이중 한국 법인은 일반적으로 Sponsored Level I ADR 및 Sponsored Level II ADR을 발행하는데 Sponsored Level I ADR은 상장 및 공모절차가 없는 반면, Sponsored Level II ADR은 상장 및 공모까지 이뤄진다는 차이가 있다. 만일 야놀자가 ADR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한다면 Sponsored Level II ADR 방식으로 ADR을 발행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금양은 미국 JP모건체이스의 제의를 받아 2023년 12월 27일 이사회 결의로 ADR Level-1 발행을 결정했다. 금양이 발행을 결정한 ADR은 신주발행이나 자기주식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것이 아닌 시장에서 이미 발행돼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JP모건체이스, N.A.'가 취득해 원주보관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예탁)하고 이를 근거로 미국 DR 예탁기관인 'JP모건체이스, N.A'가 미국 장외거래시장(OTC)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발행되는 것이다. 금양은 ADR 발행만 했고 상장까지는 하지 않았다.

ADR 방식으로 상장까지 한 LG디스플레이의 Sponsored Level II ADR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LG디스플레이는 2004년 7월 15일자로 해외주관회사들과 체결한 미국주식예탁증서 인수계약서에서 해외주관회사들에게 부여한 초과배정옵션(원주 기준 최대 374만4000주) 중 원주 기준 171만5700주에 상당하는 초과배정옵션을 해외주관회사들인 LG투자증권주식회사, 모건스탠리 및 UBS AG가 2004년 8월 20일자로 행사했다. 위 171만5700주의 신주(원주) 및 이에 상당하는 ADR 343만1400주를 2004년 9월 8일에 발행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국제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이려고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한국 스타트업의 ADR 방식을 통한 상장일 수 있다. 야놀자는 이번에 최대 90억달러의 기업 가치 평가를 받고 상장을 통해서 4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놀자의 이번 상장 시도가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글로벌 회사로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유한새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