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HMM 인수전이 하림과 동원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시장에서는 그나마 자금 여력이 나은 LX그룹이 인수를 철회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LX가 HMM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는 견해가 나오는 한편, 애초부터 인수 의향이 크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 경영권 매각 본입찰에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출사표를 던졌다. 두 기업과 함께 3파전을 구축했던 LX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LX는 앞서 인수 의사를 밝혔던 후보군 가운데 현금이 가장 많은 회사다. 지주회사 LX홀딩스와 6개 계열사의 현금 합계는 총 2조2000억원이다. 이는 동원과 하림뿐만 아니라 앞서 인수를 철회했던 SM그룹, 글로벌세아보다도 큰 액수다.
현금이 많다는 건 PE 등 재무적투자자(FI) 자금 비중이 비교적 적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HMM의 민영화를 통한 해운업 재건을 줄곧 매각 명분으로 내세웠던 만큼, FI 자금이 많이 유입되는 건 본래 취지와 거리가 멀다. 즉, FI 자금을 덜 끌어드릴 LX가 산업은행 입장에서 그나마 괜찮은 원매자였던 셈이다. 포스코와 현대차가 있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이들은 일찌감치 “인수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이러니하게도 LX가 HMM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주장의 근거 또한 자금력이다. LX그룹이 가용할 수 있는 현금 2조2000억원으로는 8조원은 커녕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제외한 6조원도 힘들다. 현금이 부족한 탓에 외부자금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FI 몫이 커진다면 과도한 출혈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비단 LX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인수로 인한 득실을 따져야 하는 인수자로서 매각기업의 비싼 몸값은 분명 엄청난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아무리 LX가 덩치 키우기에 진심이라도 재무구조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무리한 딜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애초에 인수 의향이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LX는 그동안 HMM 인수와 관련해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다른 원매자들보다 가장 늦게 인수 의사를 밝혔으며, 자문사도 중견사인 삼덕회계법인으로 선정했다. 이는 하림과 동원이 일찍부터 EY한영,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실사에 돌입한 것과 비교된다.
업계는 LX가 빅4 회계법인을 선정하지 못하면서 인수금융을 맡아줄 금융사 확보도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내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뒀으나, 이들만으로 인수금융을 조달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운업 불황이란 변수도 LX가 인수를 포기한 이유로 언급된다. 해운업황은 줄곧 투자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글로벌 해운 수요 저하와 국제사회의 환경규제 등이 해운업에 대한 하방리스크로 지목됐다.
LX는 이미 육해공 종합 물류기업인 LX판토스를 통해 해운업을 접했다. 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 LX판토스는 화주를 대신해 화물의 운송업무를 책임지는 ‘포워더’ 역할을 한다. 업계는 LX가 LX판토스를 통해 해운업이 불황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HMM을 인수해 그룹 자체의 자금력이 약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더욱 어려워진다.
LX 관계자는 “시장상황,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적 판단 하에 (HMM 인수전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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