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인해 소비자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침체에 빠진 유통 업계가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고 있다. 민간소비 위축과 업황 부진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 이커머스 업체 11번가는 오는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2018년 창사 이래 최초다. 3년 연속 이어진 적자와 최근 IPO(기업공개), 회사 매각이 모두 불발되면서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만 35세(88년생)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이 대상이며 퇴직확정자는 4개월분의 급여를 받고, 이달 말 회사를 떠난다.
일각에선 11번가의 희망퇴직 조건을 두고 위기감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11번가의 퇴직위로금 규모는 통상 유통업계에서 최소 15개월치를 지급했던 것을 고려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 35세 이상 직원으로 퇴직 대상 범위가 비교적 넓은 것 역시 11번가의 현주소를 대변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1번가는 최근 3년(2020~2022년) 동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손실 폭은 14.1% 줄었지만, 여전히 -91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 희망퇴직 대상이 35세인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절박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하락한 SPC 파리크라상과 롯데홈쇼핑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파리크라상은 지난달 초 15년차 이상, 만 45세 이상, 과장급 이상 등 세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 해당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라그릴리아, 쉐이크쉑, 파스쿠찌, 잠바주스, 리나스, 피그인더가든 등 14개 브랜드가 포함되며 퇴직자에게는 최대 1년 6개월치의 급여와 1년치 학자금을 지원한다. 최근 3년간 파리크라상의 영업이익은 2020년 347억원, 2021년 334억원, 2022년 188억원 등 감소세를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지난 9월 만 4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 2년치 연봉을 조건으로 직원들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롯데홈쇼핑 역시 11번가와 마찬가지로 창사 이후 최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3분기 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매출은 전년 대비 14.3% 줄어든 219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향후 업계 전망도 어둡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소매유통기업 2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소비시장 전망 조사’ 결과 내년 소매시장 성장률이 올해 대비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2.1%, 물가 상승률을 2.6%로 예측한 것보다도 낮은 수치다.
조사 응답자 중 56.8%는 내년 유통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 중 66.2%는 ‘소비심리 위축’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가계의 실질 소비 여력 계속해서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희망퇴직을 단행할 기업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년 유통 시장은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이라며 “유통 업계 희망퇴직은 향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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