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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는 왜 콜옵션 포기하며 11번가 '강제 매각' 택했나

Numbers 2023. 12. 1. 09:34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SK T타워 전경. (사진=SKT)


SK스퀘어가 E커머스 자회사 11번가의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 포기를 결정했다. 쿠팡의 독주로 인해 여타 E커머스 회사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가치(밸류)가 낮아진 탓이다. SK스퀘어가 11번가의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11번가의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자금을 대야 하는데, 이미 가치가 낮아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수혈하기보단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11번가의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의결했다. 콜옵션이란 옵션거래에서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앞서 지난 2018년 SK스퀘어는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상장 기한은 올해 9월까지였다. 계약 당시 상장에 실패하면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되사들여오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이를 포기하면 FI가 대주주 SK스퀘어의 지분(80.3%)까지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넣었다.

양사의 비밀유지계약(NDA)에 따라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선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FI의 원금에 연이율 3.5%의 이자를 더한 약 5500억원을 주고 지분을 인수해야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SK스퀘어가 이사회를 통해 콜옵션 포기를 결정하면서 18%의 지분을 보유한 FI가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3%를 시장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됐다. 

SK스퀘어가 이같은 결정을 한 배경으로는 11번가의 낮아진 밸류와 E커머스 시장의 업황 악화가 손꼽힌다. 최근 E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로 인해 대부분의 대형 E커머스 기업들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11번가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5년 전 11번가가 투자를 유치할 당시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2조7000억원이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는 2023년 3분기 연결기준 1조316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42%에 달하는 현금성자산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SK스퀘어는 투자회사로 현금의 유동성과 투자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11번가의 기업가치가 낮아진 데다가 E커머스의 업황이 어려운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보단 매각으로 선회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다.

특히 SK스퀘어는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를 국내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위주의 기업들로 물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포트폴리오 밸류업, 리밸런싱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각광받는 신사업으로 투자 금액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까지 드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본시장 리포트를 보면 11번가의 매각이 오히려 좋다는 의견이 많다”라며 “업황이 않좋고 밸류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드래그얼롱을 하더라도 실사에 SK스퀘어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1번가의 콜옵션을 행사하면 그 돈은 SK스퀘어가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본체 재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SK스퀘어는 상장사로 주주가 있고 외인 기관 비중도 높다. 갑자기 큰 돈이 지출되면 자본시장에서 어려운 업황에 있는 기업에 허튼 돈을 쓴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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